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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돌봄약국 ㅣ 봄볕어린이문학 46
방민경 지음, 송선옥 그림 / 봄볕 / 2026년 8월
평점 :
처음에는 이 책이 친구와의 관계를 다루는 책인 줄 알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아니란 걸 알았지만. 물론 친구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것만 다룬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춘기 소녀들에게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들은 '미래의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제일 인상 깊게 봤던 이야기는 〈내 친구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그저 같은 게임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친해진 얼굴 모르는 아이들과 만나려고 했다가 벌어진 일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저 나이 같은 남자아이인 줄 알았는데 눈앞에 아저씨가 서 있었으니 은서도 적잖이 놀랐을 것 같다. 푸푸가 어떤 짓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민(채링)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아마 은서는 모르는 아저씨 차에 타야 했을 것이다. 또 지민이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힘든 것도 참아 내고 숙제를 한 게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본인도 본인이지만 친구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니까 아주 멋진 거란 생각을 했다.(그냥 놀고 싶어서 숙제를 한 걸 수도 있지만)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소녀 돌봄 약국〉이다. 알고 보니 소녀돌봄약국은 서울시약사회가 실제로 운영하는 곳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 가까운 약국에서 상담을 받고 필요한 지원과 연결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라고 한다. 이렇게 진짜로 있는 곳이라는 걸 알고 나서 읽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또 소녀돌봄약국에 찾아온 아이가 가정 폭력을 당하고 나서 힘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또 그 아이가 자신과 비슷하게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친구를 도와줄 때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그림에 나오는 뉴스를 발견하고 놀랐다. '12살 어린이 사망' 그 12살 어린이가 먼저 약국에 찾아왔던 그 아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녀가 약국에 왔을 때 소녀의 영혼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왔던 소녀가 두 번째 소녀를 구해주고 난 뒤에 두 번째 소녀가 약사에게 소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게 이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위에는 두 이야기만 썼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인상 깊게 봤다. 발레리나 나래의 이야기, 졸업 사진 촬영을 앞둔 윤슬의 이야기, 청소년 보호소에 살고 있는 유나의 이야기까지. 다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소녀 돌봄 약국〉과 〈내 친구 처음 만나는 날〉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 〈소녀 돌봄 약국〉의 마지막이 너무 놀라웠고, 〈내 친구 처음 만나는 날〉역시 마지막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사춘기, 혹은 친구 때문에 지치고 힘든 '소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책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감정, 행복한 감정 등 긍정적이거나 위로받을 수 있는 감정들을 느끼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또 가끔은 분노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랬다. 사춘기도, 친구와의 문제도 없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한 줄로 표현하면 아마 '소녀 돌봄 도서'일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책 이름처럼 마구 엉킨 소녀들의 마음을 돌봐주는 책 같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나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만약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많다면 아마 1명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나래, 윤슬, 유나, 은서, 그리고 12살 어린이와 또 다른 어린이가 실제로 있다면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라고. 또 힘내라고.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사춘기 소녀들에게는 이 말이 엄청 힘이 된다고 했다. 나도 아직은 사춘기가 오지 않았지만 곧 올 것 같다. 12살이니까. 나중에 내가 사춘기일 때 이 책을 발견한다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내 말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진짜 위로가 되면 아마 맞은 걸 거다. 위로가 안 된다면 내가 완전히 틀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