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니가 좋아요 문지아이들 180
신현이 지음, 정주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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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은 호수가 쏘아 올린 한 문장에서 시작됐다. “엄마, 요즘 읽는 책마다 불쌍한 아이들이 자주 나와서 좀 힘들어.” 나 역시 어린이 동화에서 다루는 주제가 제한적이라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불우함을 소재 삼는 내용들은 유독 그러했다. 물론 대부분 이야기들이 우화적으로 맺음 되기는 하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걸 아는 어른의 시선에선 희망적 메세지가 되려 선선하게 다가왔다. 이 또한 어른의 노파심일테지만 염려가 되는 것 중에 하나는 어린이 독자들이 ‘불쌍하다’라는 감정에 치중되는 것이었는데 마침 호수가 그 부분을 지적했다. 동정이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글을 읽으며 다면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증발할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하여 #나는언니가좋아요 처럼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켜내고, 주체적 성장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동화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회복탄력성’ 중심을 자신에게로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와 자기 통제와 제어능력을 갖춘 세 주인공을 보며 수축과 이완을 배운다. 한껏 조여드는 지점에서 툭! 하고 마음을 풀어내는 과정 속으로 한걸음씩 걸어 들어가며, 주도적으로 자기의 길을 모색하고 결정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보편적 제안을 던지는 어른들이 부재하여 더욱 반짝이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기 전에 끈을 풀어 바가지를 우물 바닥까지 내려본다. 길어올린 바가지 속에 물이 들어있지 않아도 우물이 말랐다는 것을 확인 하였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우물이 말랐으니 헛수고하지 말라는 말에 포기하기 보다 직접 들여다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겪어가는 아이들에게 묵묵한 응원을 보낸다.

숱하게 그릇된 판단을 한다. 나는 사랑에 마지 않는 그녀에게 화를 내고, 그녀는 내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부탁 비슷한 그런것을 한다. 그러면 나는 또 그녀에게 화를 낸다. 아차! 보다 먼저 날아드는 말은 “엄마는 혼을 낼 줄 모르고 화만 내!”라는 직언이다. 정곡은 찔렸지만 내심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맹목적인 사과나 용서보다 무엇을 엎질렀는지 알아차리고 내가 받아야 할 것은 훈육이 아니라 길을 함께 걸어가주는 것이라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주었다는 안도가 든다. #나는언니가좋아요 의 이야기에서 내가 되려 위안을 받았던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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