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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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소리가 들려 방문을 열었다. 그곳엔 호수가 꺼이꺼이 몸을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머리를 몸안으로 한껏 말아 똬리를 튼 상태로 펑펑 울고 있는 녀석의 곁에는 이 책이 놓여있었다.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아도 까닭을 알것만 같았다. 안아주어야 할까? 뒷걸음으로 방을 나올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찰나의 순간 조차 버티질 못하고 눈시울이 먼저 반응했다.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낀 아이는 옴싹 말았던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내게 “엄마는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어?” 라고 질문했다. 나는 잠겨가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지체없이 아래의 대목을 찾아 읽었다. “모르지. 인간은 모든 걸 빨리 잊고, 빨리 지우니까. 인간이 하는 약속의 절반은 거짓말인 것 같아. 만약 김 경위가 날 데리러 오지 않는다면, 내가 김 경위를 찾아갈 거야.”_ (p.42)

에코가 떠나는 날이 정해지고, 에코의 기억속에서 되도록 빠르게 우리 가족이 잊혀지길 바랐다. #아일랜드 를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매캐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나의 바람은 얼핏 에코를 위한 마음 같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사고의 희망사항이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내 마음에 평안을 위함이었다. 나는 그것을 알아차려야만 했다. 그것에서 부터 이별은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슬픔이란 감정에 침잠되지 않고 이별과 정면으로 대면 할 수 있게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기억을 지우라는 신호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때때로 누군가를 잃어버린 충격이 크면, 그 사람을 자기 삶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고 싶기도 하지. 인간에게는 꽤나 흔한 증상이야.”_ (p.100)

“완전히 지워 버리는 것…… 제가 그러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로 티미에 관한 데이터를 통째로 삭제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하면, 그리고 일주일간의 보관 기간을 거치고 나면 티미에 대한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게 돼요.” _ (p.100)

비인간 안에 자리 잡은 그리움이란 감정을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그리움이라는 범주 안에 담긴 감정의 뿌리를 향해 독자를 견인하며 #유니온 #티미 라는 비인간을 통해 감각하는 것 자체가 인간만이 갖는 고유성이 아닐거란 착각과 의문을 동시에 던진다. 인간이 그토록 찾아 헤매이는 진심에 가까이 다가가며 인간을 비롯하여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희미해지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무뎌지는 마음을 어떻게 잘 저장할 것인지 궁리해본다.#아일랜드 #마해송문학상 #문지아이들 #초등동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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