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퍼즐
김규아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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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한다’가 자칫 섣부른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나보다 먼저 아이를 낳고 기른 친구가 출산과 육아에 관한한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무엇이 있다고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을 때 저것은 어떤 종류의 자만일까 싶었다. 하지만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실로 그러했다. 간접 경험은 직접 경험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입장 차이는 대립되는 의견끼리의 분쟁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공통의 경험이라 할지라도 개인이 느끼는 감정에 간극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일어났다. 그래서 우리는 성마른 공감보다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에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타인의 마음을 넘겨 짚거나 속단하지 않는 성숙한 인간이 되기까지 우리에겐 숱한 경험이 쌓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교실에서 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그래픽노블 이란 장르에 녹여내며 어린이가 꾸리는 세상에 색과 그림을 입혀 이야기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아이들 세상이 결코 가볍고 단조롭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그려내다니!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있음직 하고 어디서 본듯 팔딱팔딱 살아있어(심지어 주인공의 단짝에 동생까지도!) 마치 하나의 교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희곡을 한편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묘한 기시감이 든 탓도 저장 된 기억 속 장면들을 계속해서 건드리기 때문인 것 같았다.

주인공의 로봇팔 이라는 장치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신체적 결손을 가진 소녀와 정서적 결손을 가진 소녀의 갈등은 한 집단을 흔들어 놓는다. 그 속에서 번져가는 오해, 시기, 질투, 모함, 이별, 화해 그리고 가짜 뉴스라는 광범위한 소재들을 한 퍼즐판 안에 세밀한 나누어 담아둔 이 책은 1000피스 퍼즐을 맞추듯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비의 구간을 지나 마지막 퍼즐 조각에 도착한다. 그리고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틈이 생긴다. 자기애를 넘어 자존감이란 무기를 장착하게 된 친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창비어린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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