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에 가 보자!
김민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관문을 닫고 나갔다. 문에 귀를 대고 가만히 있어보았다. 혼자 집에 있어본 적 없는 에코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낑낑 대면 어쩌나 짖으면 어쩌나. 많은 경우를 예상했지만 에코는 바닥과 침대를 오가며 고요히 쉬는 거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녀석은 뜨끔 놀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벌써 와? 였을까. 일찍 왔네? 였을까. 그 후로 잠깐씩 우리는 떨어져 있었다. 그때마다 갓난 아이를 혼자 두고 나온 엄마 마냥 헐레벌떡 집에 들어가기 바빴다. 떨어져 있으면 불안했고, 함께 있으면 안전했다. 보호자가 집을 비운 시간 동안 강아지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낄거라 그려지니 조바심이 났다. 매일 보호자와 다시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며 반려동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나의 강아지가 나와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우리섬에가보자 에서 처럼 궁금했던 세상에 잠깐씩 다녀온다면 좋겠다.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가, 우리 누나가, 우리 아빠가, 언제쯤 나를 만나러 올까 기다리지 않고 그간 산책 하면서 발바닥으로 느끼고 맡았던 향기를 기억해내며 풍경화를 그리듯 매일 꿈을 꾼다면 좋겠다. 엄마와 함께 였던 지하철과 버스에서의 순간들을 한편의 필름으로 만들어 언제든 어디든 떠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그렇다. 에코의 시계가 시간 속 풍경을 따라 흘러간다면 좋겠다. 형체만 흐릿하게 보이는 ‘나’라는 존재는 점차 희미해지고 감각의 기억들만 남는다면 좋겠다. 모든 반려동물들이 남겨진 시간동안 자신의 시간을 그려가면 좋겠다. 작고 귀한 모든 생명이 독립적 개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물씬 느껴지는 책을 만났다. #문학동네 #뭉끄3기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