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이에요
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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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위해 읽는 것인지, 읽기 위해 쓰는 것인지. 무엇이 먼저였든 바람을 실천으로 옮긴 시간이 제법 흘렀다. 여전히 또랑또랑 쓰진 못해도 한결같이 말보다 글이 더 좋다. 최재천 교수님께서 완성된 글을 묵혔다 다시 읽어보고 마지막 탈고를 한다 하셨는데, 우습게도 휘뚜루 마뚜루 갈겨 쓴 것 같은 내 글도 다르지 않다. 내 안에는 과격하고 차가운 누군가가 들어앉아 있어서 글을 쓸 때엔 그 사람과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제법 신중해진다. 책을 매게로 쓰니 읽는 동안에 흩뿌려지는 느낌을 모두 주워담아 메모장에 적는다. 첫번째 감상이 흐릿해질 때쯤 다시 책을 펼쳐 읽고 살을 붙인다. 내공이 탄탄하지 않아 세번은 읽어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메세지 중에 하나쯤을 알아차린다. 그때가 되어야 내 생각도 구색을 갖춘 문장으로 정돈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나무나 바람처럼 살고 싶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는 같은데 돌처럼 살고 싶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같다. 바위>돌덩이>돌멩이>자갈돌>비로소 모래알. 그럼 책에서 말하는 돌은 돌덩이와 돌멩이어디쯤일까?’ 그렇게 초벌 해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끄적인 것들을 다듬는다. 모든 작업은 돌이 깍이고 닳는 과정과 비슷하다. 성실한 엉덩이 근육이 절반은 해내는 나의 습관성 글쓰기는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마모되는 돌과 닮았다. 나만 그럴쏘냐. 모두의 시간이 그럴테지. 잘난 타인들에게 팔랑이는 날이 없겠냐마는 가볍게 안녕하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응원과 동경을 허공에 날려보내며, 이리 저리 무너지고 치이면서도 자리에 묵직하니 눌러 앉는다. 헤아릴 없이 세월을 고독한듯 처연하게 자리한 돌이란 무생물이 전하는 물성을 뛰어넘는 역설적 생명력, 그것이 숭고하고 거룩하게 느껴지는 책을 만났다 #나는돌이에요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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