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을 맞이한 뒤부터 우리의 시계는 다르게 돌아갔다. 이전에 의례히 해왔던 것부터 우선순위에서 지워져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무게가 제법 무거웠기에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빈자리를 느낄 세도 없었다. 어느날 우연히 찾아온 여유 시간, 아이와 나는 한 마음으로 “오늘은 숲에 가자” 했다. 숲 안에서 우리는 감각들을 깨워나갔다. 아이가 말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야!” 그렇게 우리는 반나절 동안 바위도 타고, 나무도 오르고, 엉덩이 썰매도 타며 놀았다. 그곳에선 또 다른 시계가 바삐 달리는 기분이었다. #초도리와말썽많은숲 은 째깍째깍 일분일초가 아쉽게 흐르는 숲속에서의 시간과도 같은 책이다. 제목은 <말썽 많은 숲> 이지만 말썽이라기엔 몹시도 경쾌하고 자지러지게 귀여운 3편의 이야기와 더불어 밤코 작가님의 그림에서는 총천연색 풍경과 인물들을 자꾸만 상상하며 미소짓게 하는 주문이 걸려 있는 것만 같다.살던 곳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된 초도리와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초도리를 찾게 되는 숲속 친구들의 사건과 그 것을 해결을 위해 합심하는 이야기는 크고 작은 집단 속에서 공동체를 구성하며 진정한 독립을 배워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독립을 한다는 건 또 다른 공동체를 꾸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왜 숲토리를 떠나는 나이를 9살로 설정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완전하지 않은 우리가 완전해질 수 있는 연대의 힘은 건강한 개인의 화합할 때 발휘 된다는 것을 이 책은 들려주고 있다. 숲에서 엎어지고 구르며 단련되는 근육처럼 관계 속에서 단단해지는 마음이 엿보이는 책을 만났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숲 자체가 아니라 아끼는 마음이라는 것 또한 말이다 #문학동네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