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에게는 사생활이 필요해 슬기사전 7
김여진 지음, 이로우 그림 / 사계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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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친구는 방을 비춰보라고 했다. 방 곳곳에 놓인 것을 구경하고 싶다고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달라 집을 오가며 노는 문화가 아니기에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했지만 두서없이 사적 공간이 공개 되는 것은 염려스러워 아이 가까이에서 어슬렁 대고 있었다. 그러다 핸드폰 너머에서 갑자기 큰 고함소리와 함께 외마디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통화하던 상대방 역시 본인의 집을 소개하다 뜻하지 않게 자신의 언니를 비추게 되었고 화가 난 언니가 손찌검을 하게 된 상황이었다. 미디어와 디지털 전반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었다.

부모의 개입과 허용치에 대한 걱정거리가 점점 늘어나는 와중이다. 리듬이 귀여워 흥얼거리기도 했던 대중가요가 아이에 입을 통하면 선정적 가사로 먼저 다가온다. 아이가 방문을 닫고 들어가면 엄마 레이더에 발동이 걸리고 신경이 곧추선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그것이다. 이미 기성세대로 깊숙하게 진입해버린 내가 놓치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 문화에 대해 알고 싶었다. 물론, 안다고 해서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어렴풋 하게라도 알고 있다면 조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집을 두고 굳이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나 밥 대신 커피를 먹는 문화 같은 것들 말이다.

#소녀들에게는사생활이필요해 속에는 내가 궁금해왔던 요즘 아이들의 놀이와 문화가 망라되어 있었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아이에 입장에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올바르고 건강하게 탐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또한 제시하고 있으니 (아이와 나)모두에게 흡족할 포인트를 갖고 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엄마가 하면 듣기 싫은 잔소리지만 이모가 하면 애정 어린 잔소리가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고리타분한 일장연설만 듣던 우리집 아이에게 간결한 문맥과 단락으로 구성된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이유 또한 짐작이 된다. 아이와 24시간 붙어있던 긴긴 겨울 방학이 끝난 개학날에 소리없는 환호성을 마음으로 외친 내게도 사생활이 필요한 것처럼 ‘아이에게도 저만의 비밀스럽고 독립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말자. 꼰대 어멈아!’ 하고 스스로를 깨우치게 하는 책을 만났다. #사계절어린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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