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라는 감정에 둔감한줄 알았는데 그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이 자랐던 것이지 심지에는 샘과 심통이 잠재되어 있었다. 늦은 시기에 발화된 감정은 몹시 유아적으로 표출되었는데 가령 이런 식이었다. 답을 정해놓고 말을 하는 사람에게 듣고 싶어하는 말은 절대로 해주지 않는다거나 얄밉게 행동하는 사람을 더욱 골탕 먹이기 위한 수를 고심해서 끄끝내 한번은 심술을 부려야 통쾌했다. 거기에는 적당히가 없어서 대충 넘어가는 법도 없었고 작은 까시래기 하나도 다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렸다. 이런 유치함을 거두어 들인 것은 미워하는 감정 자체가 소모적이란 것을 알게 된 후 부터인데 명확하게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을 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낀 시기와 맞물렸던 거 같다.미워하는 마음을 거두니 미움 받을 용기가 생겼고, 남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 중심을 나로 옮겨오니 되려 좋은 사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안목이 생겼고 관계에 유한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등장인물이 대부분이 그러하거나 혹은 연연하지 않게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내게 집중하는 것이 곧 타인을 존중하는 근원이 된다는 것을 배운다. #네임스티커 속 두 중심인물인 은서와 민구가 모두 내 안에 있다. 혼자여도 괜찮고 오해 받아도 괜찮은 민구에게도, 깨진 유리 파편처럼 흩어지는 감정들을 다 잡아채지 못하는 은서에게서도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이 낯설고 심심한 감정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니, 약간의 결핍이 있는 사람들끼리의 얽힘을 통해 간지럽게만 맴도는 감정에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제까지의 청소년 소설과는 사뭇 다른 구조적 신선함이라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책은 괜찮지 않을 이유와 괜찮을 이유를 찾아가게 한다. 더욱이 그 과정에 감정적 부연설명을 되도록 묵음의 상태로 들려주는데 그러다보니 책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마다 독자는 마음을 담게 되고 비슷한 상황 속으로 자신을 끌고 들어가감정을 이입해 보게 된다. 방대하고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음에도 책의 분량이 간략한 까닭도 이 떄문일지 모르겠다. 이 소설이 주는 상상하고 이입할 권리를 마음껏 누려보면 좋겠다.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여러번 읽어도 시기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요즘 10살이 되는 아이의 교우문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시절에 도달해 있기에 유독 고은서와 유혜주의 관계설정이 마음에 와닿았다. 무엇보다 담백하고 간결하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단단한 사람들이 가지는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황보라 작가님은 그런 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문학동네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