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봄
한연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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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로 혹독한 겨울이다. 반쯤 올라가 귀 가까이 붙은 어깨를 이제서야 알아차린다. 한껏 움츠러든 몸만큼이나 마음의 근육도 옹크라들었다. 어느 시절엔 가끔 코끝이 시린 차가운 바람이 그립기도 했드랬다. 이젠 스산한 공기가 볼을 스치기만 해도 냉큼 숨어 버리고 싶다. 두꺼워지는 옷도 성가스럽고, 둔해지는 감각도 싫다. 얼어버리는 눈도 녹아서 질퍽해지는 눈도 싫다.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알맞게 익은 김장김치와 퍽퍽한 고구마,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이던 그 시간을 빼면 겨울은 늘 거추장스럽다. 곱은 손과 땡땡 굳은 발처럼 너그러운 마음도 얼어버리는 것 같다. 불을 쬐면 따뜻해지는 피부처럼, 차 한잔에 뜨끈해지는 속처럼 마음도 푹하고 풀리면 좋겠다. 이 무지막지한 겨울이란 계절은 꽃샘추위까지 몰고 와야 직성이 풀리는지 매년 갈듯 말듯 미련을 남겨두지만 그러하기에 봄은 찬란하게 소중하다.

생명, 새순, 작은 것들, 노란 꽃, 포근함, 싱그러움, 반짝임, 고요함. 모든 생명이 다시 움트는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의 기운이 솟는다. 또 한해 열심히 살아야지! 가졌던 새해 다짐은 봄을 마주해야 비로소 개화한다. #숨은봄 은 모질고 모진 겨울에 가려진 따스한 숨결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며 왜 우리가 그토록 온기를 기다리는지,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겨울잠에 들지 못한 동물들에 숨결을 통해 들려준다. 이별과 만남은 반대어이기도 하고 동행어이기도 하다. 그처럼 겨우내 우리는 증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증기가 되어 머물러 있는 것이다. 소망과 희망은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란 계절처럼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라는 것을 서정적인 서사로 들려주는 책을 만났다. #문학동네 #한연진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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