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글로 처음 만난 분들은 나를 차분하고 진지한 사람일거라 예상하곤 하지만 꽤나 까랑까랑하고 경쾌한 사람이라 흠칫 놀라곤 한다.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라이브방송에서 마주한 오소리 작가의 첫 인상도 그랬다. ‘치열이 가지런하고 웃는 입매가 참 예쁘다. 소박하고 다정하며 부드럽다.’ 빨간색이라고 정의하기엔 갈색에 가깝고, 팥죽색이라기엔 분홍에 가까운 그런 색. 그녀의 그림에는 보라빛이 도는 붉은색이 은은히 감돈다. 아마도 자주 사용하는 색깔에 빗대어 그녀를 짐작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한 순간 #빨간안경 이라는 책이 스친다. 내가 그녀의 작품에 경도되어 있었던 것만큼 확실하다. 작가의 세계관이 궁금했다. 어쩌면 이 책을 펼쳐 든 다수의 독자가 그녀의 그림책에서 전해지는 실랄하지만 그 속에 담긴 유쾌함이 어디에서 부터 비롯되었는지 듣고 싶었을 것이다. 매 순간마다 마주한 사건과 현상들을 확실한 경계 속에서도 자애롭게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담대함이 잘 느껴진다. 잔잔하지만은 않았을 위기들과 잘 작별하는 과정 속에 처연해져 갔을 시간들이 그려진다. 스스로를 진지한 표정으로 엉뚱한 꿈을 꾸는 이상한 작가라 표현하는 이유가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작위적이거나 모순적인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운 일기에서 자신에게 조차 얼마나 투명하고 솔직한 사람인지 느껴질 뿐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조금 아리송하고 귀여운 사람인지도 알 것만 같다. 그녀의 문장 속 이야기에 은유는 이야기적인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그녀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삶이다. 타인의 삶을 엿듣기엔 내 삶도 만만치 않게 빠듯하여 에세이를 읽지 않는다던 누군가에게도 이 책만큼은 권할 수 있을 거 같다. 오소리 작가는 여러가지 주제를 한 책 속에 잘 버무려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어느 한 주제도 모호하게 그려내는 법이 없다. #빨간안경 에서는 편견과 선입견의 위험성과 함께 온전한 믿음의 가치를 함께 담아내었고 #노를든신부 에서도 여성에게 씌어진 관습적 프레임을 당당하게 타파하며 바로서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전달하였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이제까지 방랑하고 방황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어떻게 적립했고 어떤 고찰의 과정을 거쳐 그림책으로 그리게 되었는지 엿볼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전히 부랑하지만 주저앉고 싶지 않아 쓰게 된 나의 시간도 결코 헛되지 않음을 알아차리게 해준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나는나에게잊히는것이싫어서일기를썼다 #아름드리미디어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