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앞으로도 그런 매일이 쌓일 것이다. 나는 내일 아침에도 라디오를 켜고 익숙한 디제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식사 준비를 할 것이고, 전쟁을 연상케 하는 등교준비는 현관 앞 엘리베이터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아침인사로 종결될 것이다. 뒤돌아 숨을 고르며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시작할 것이다. 일상이란 그렇게 반복적이고 규칙적이고 익숙한 방향대로 흘러간다. 나는 그 속에서 지루할 새 없이 성실하고 열심히 삶을 꾸린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더 솔직하게는 이제서야 괜찮아졌다. 내게 주어지는 역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으련만 온전히 내게 주어진 또 다른 나를 흡수하는 과정이 오래 필요했다. 그 마다의 호흡에 박자와 길이를 맞추는 시간. 이 책은 심연에서 피어나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강물에 유영하는 나와 나에 빗대어 들려주며 무수히 많은 ‘나’를 마주하는 시간은 버둥대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과정 안에 있고 모든 ‘나’는 연결되어 있다고 전하고 있다. 경직된 주인공처럼 빳빳한 일상과 대비된 강물과 바람의 곡선은 유연함이 주는 자유로움을 선사하며 다채로운 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듯 하다. 우리는 평가에 노출되어 있고 평가에 따라 나를 바꾸기도 한다. 바라고 원하는 모습대로 구기고 웅크린다. 스스로 확립하지 못한 또 다른 나를 타인이 정의하는 혼란을 경험하게도 된다. 하지만 내가 나를 맞닥뜨리는 방법을 깨친다면 지금보다 덜 고독하고 더 꼿꼿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이 황홀한 책은 전한다. ’흐른다’는 말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진다. 존재 안에 또 존재하고 살아있을 모든 ‘나’를 품는 너와 너를 응원하며 어디서 흘러왔고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여전히 궁금한 나의 고독한 항해를 멈추게 하기위해 온 듯한 책을 만났다. #나는흐른다 #송미경 #장선환 #창비 #100세그림책 #성인그림책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