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곰곰그림책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지음, 이명아 옮김 / 곰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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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게 된 소녀 마리나. 말의 자유를 빼앗긴 소녀는 지엽적인 것으로 자신을 판단하려는 사람들에게서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몸의 언어로 자신에 존엄을 증명하며 외딴곳에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어느 날 그녀는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판타지를 펼쳐놓으며 자신에 숨쉬던 곳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상이라 하기엔 몹시 선명하고 구체적인 이야기에도 자꾸 커져가는 의심은 그녀가 존재했던 시간을 바래게 하고 부정당한 마음은 상처로 쌓인다. 깊어진 의심은 결국 그녀를 타박하고 채근하기에 이르고 소녀는 믿음이 소멸된 그곳을 떠나버린다. 몽환적인 느낌에 색채와 또렷하고 사실적 묘사의 그림체가 어울려 독자에 몫으로 남겨진 상상력도 함께 증폭시킨다.

이 책은 의심이 빚어낸 독단이 누군가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무겁게 느끼게 하고 얕은 생각에서 탄생한 비난과 평가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를 던지기도 하지만 잠깐 경로를 이탈하여 간결하고 명징한 그림에 빠져 명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잠기게도 한다. 꿈꿀수 있도록 숨겨놓은 징표와 같은 장치들이 결연한 소녀의 표정과 겹치며 바다 안의 이야기에 진위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무조건적인 믿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게 한다.

매번 배가 아프다며 식사를 중단하는 아이를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며 질책하였더니, 아이는 “엄마가 한숟가락이라도 더 먹어야 내가 아프지 않고 자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협박한다는 걸 나도 알아, 그래도 좀 다정하게 말해주면 좋겠어.” 라고 내 부정을 반박했다. 속이 깊은 아이에게 간파 당한 엄마는 신뢰가 포개지는 과정을 배운다. 일반화의 오류임을 알면서도 평범한 사고를 세속적이라 생각하며 모순을 끊임없이 범하는 나를 반성하게 하는 책을 만나버렸다 #곰곰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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