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호랑이 버스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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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지 닷새 되는 아기와 집으로 돌아왔다. 손목과 팔꿈치 사이에는 몸통, 손바닥 위에는 머리를 두고 두 손가락을 뻗어 귀를 막고 씻기면 된다는 이론은 아기가 100일이 될때까지 끄끝내 실천하지 못했다. 아이의 목욕시간이 다가오면 매일 한시간씩 조기퇴근하는 남편을 촉촉한 눈알을 꿈뻑대며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무력감을 적립해가는 동안 남편은 부성애를 버무려 쌓아갔다. 다시 못 올 아기시절을 자신에 몸과 마음에 세기는 시간이라 했다. 딱히 의지할 곳이 없었던 내게도, 새로운 세계에 불시착한 아이에게도 그 남자는 유일한 빛이었다. (당시에 나는 그가 느꼈을 무게감은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보살폈지만 꼭 짜맞추기라도 한듯 분리불안이 시작되었다. 의아하게도 나와! 아이는 단 한순간도 나와 떨어지지 않았고 아빠의 품에도 안기지 않았다. 그때 그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분명 자신에 사랑을 알아봐주는 날이 올거니 자기는 서운하지 않다고 말이다. 역시나- 보답이라도 하는듯 아빠를 먼저 말했고 이 남자가 내 아빠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가 집을 나서기만 해도 마치 아비를 잃은 아이마냥 구슬피 울었다. 선명하다 못해 투명해서 모든 장면이 말갛게 그려진다고 할만큼 그는 아빠가 되는 과정을 묵묵하고 초연하게 하지만 용감하게 지나왔고 일일이 읊어주지 않아도 아이의 기억 저편에 그 시간은 저장되었다. 부녀간에 끈끈한 신뢰도가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국지승 작가가 구현하는 동심에 색깔은 언제 펼쳐도 미소가 피어나게 만드는 주문과도 같지만 유독 이 책에 모든 장면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내 남편과 내 딸의 기저귀 시절 필름에 색채를 더한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됐다. 다채로운 색과 아름다운 그림체가 품어내는 밝은 기운은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오늘도 최선을 다했을 모든 양육자에게 위로이자 격려가 될 것이다. 오늘도 아이에게 무엇이 더 기쁨일지 고민하고, 어떤걸 함께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을 부모들에게 포근함과 안정감이 주는 사랑의 향기가 특별한 이벤트나 선물보다 더 꿈결 같은 행복이라는 점을 짚어주고 있다. 소소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평범한 어느 날에도 사랑은 자란다 #아빠와호랑이버스 #창비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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