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왜 다 비밀로 해?” 이 말에 의미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여행이나 만남이 동반되는 약속은 비밀리에 진행한다. 꼬마들이 포함된 약속은 늘 변수가 따르기에 그 순간을 대비한 방편이다. 취소되어 버린 약속 앞에 아이가 터트리는 실망스러운 감정을 지켜보는 것이 버거웠다. 이 버거움 역시 감정에 쉬이 동요하고 깊이 이입하는 내 탓이 컸다. 별말 없이 동조해 주던 남편은 넌지시 말을 꺼냈다.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타인의 상황과 아쉬움을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하는 태도까지도 아이 몫으로 남겨두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무엇을 할지 계획하고 기대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 또한 여행과 만남이 주는 큰 즐거움인데 그것을 내가 지레 차단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파심조차 월권이 아니냐는 그에 말에 오늘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남편과의 대화는 대련이 아닌데 왜 난 늘 지는 기분일까) 상처받는 것이 두려운 내가 아이에 감정마저 인터셉트해서 편집하고 있었다. 고대하는 마음이 클수록 이상하게 어그러져 버리는 상황이야말로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어낸 긴장 징크스였다. 부풀었던 만큼 힘이 풀리는 경험을 거듭하다 보면 다음번엔 마음에 반만큼은 덜어내고 기대한다. 준비한 만큼 내 역량을 다 펼치지 못하게 될 걱정이 앞서지만 기량을 펼쳤을 때 오는 뿌듯한 경험이 쌓여 강단도 담력도 생긴다. 오류를 고치고 꼬인 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중첩되면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엄마, 거꾸로 주문이 결국 뭔지 알아? 그건 노력이야. 잘해보려는 노력. 그게 거꾸로 주문을 만들어 낸 거야.” 아이가 건네는 한 줄 평 이 내가 장황하게 늘여서 쓰는 수백 자에 글보다 낫다. 우리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에 액땜했다는 말로 부정을 위로한다. 꿈은 반대라는 말을 끌어다 붙여 뒤숭숭한 마음을 애써 눌러본다. 징크스란 도약을 위해 도움닫기에 필요한 구름판이다.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어퍼컷을 제대로 먹은 허점 투성이지만 내 마음을 까발린 덕분에 징크스 하나가 깨졌다. 오늘도 마음에 크고 작은 바람들을 끌어안고선 펄럭이고 있을 모든 어린이들에게 징크스는 깨져야 제맛이라고 또박또박 경쾌하게 들려주는 책을 만났다 #노란돼지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