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토끼 - 2022 볼로냐 국제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오세나 지음 / 달그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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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어딘가를 가격 당한듯한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다. 호수 역시 책에 내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세나 작가님의 두권에 그림책을 소개하면서 건방지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지만 자기반성이 깊어질수록 훈계식에 문장이 난무해져 독후감을 몇번이나 지워가며 작가 역시 이런 지점에서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짐작해보았다. 아름답지만 차갑지는 않게. 은유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듬고 또 다듬었을 노고에 흔적이 곳곳에 서려있다.

까만비닐, 그것만이 가진 상징성이 있다. 검정봉지를 열면 그 속에 또 검정봉지가 있다. 냉동실 칸칸이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게 꾸역꾸역. 아마도 그것은 알뜰살뜰 얼려가며 살아온 어머님에 지혜와 절약의 역사이기도 하고, 꽈배기도 김밥도 담아내는 서민들에 삶이 서려있기도 한 물체. 브랜드 로고가 디자인된 종이백이나 착착 정리도 편리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진 투명 지퍼백과는 다른 정서가 있다.

낭만과 더불어 썩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담은채 날아든 #검정토끼 는 딛고 있는 땅 속 깊이, 마시고 있는 물 속에, 우리가 숨쉬는 공기 중에 녹아들어 떠다니고 있다. 똘똘 쌓여서 속을 알 수 없는 검정이란 색 뒤에 숨겨둔 것이 몰래 내다버리고 싶은 쓰레기뿐 아니라 우리에 양심이라면 그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을 것이다. 무분별이란 기차에 탑승한 우리에게 자연이 호혜적으로 베풀고 있는 것들을 더이상 누리기만 할 것이냐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되묻는 그림책을 만났다 #달그림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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