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매트에 뜨끈하게 맡겼던 등을 힘겹게 일으켜 창가에 가서 섰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내 작디작은 자동차가 얼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되지만 밖으로 나가 차디찬 눈을 만진다는 상상만으로도 뼈에 찬 공기가 들어온 것 같아 그만 포기하고 눈치우기는 내일 뜰 해님에게 떠넘긴다. 그리고 다시 난방텐트로 감싼 침대 위 이불 속에 스르르 몸을 넣어본다. 보기엔 우스꽝스러워도 20도에 맞춰진 집안에서 가장 따뜻한 우리의 공간이다. #눈내리는날방안에서 는 겨울잠을 선포하고 집안에 스스로를 가둔채 뜨거운 보리차를 홀짝대며 책을 읽는 우리 모녀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만화방에서 시리즈물을 쌓아두고 읽는마냥 우리는 책더미를 언덕만큼 만들어놓고 읽는다. 고요함에 까무룩 졸기도 한다. 궁둥이가 아릿해서 엎드려도 보고 누워도 보며 그야말로 뒹굴뒹굴. 애착 담요 하나씩, 물주머니 한덩어리씩 사이좋게 끌어안는다. 호수 한번, 나 한번 사이좋게 나누어 읽는 낭독 시간은 뭉근하게 끓여지는 스튜처럼 우리에 몸과 마음을 녹게한다. 눈이 내리는 날은 그날이 12월이 아니래도 캐롤을 듣자고 청하는 꼬마는 나에 둘도 없는 단짝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 이상적인 겨울나기 방식은 없을지 모른다. 매일 아침 찻물을 올리고 털양말을 신고 조끼를 덧입으며 시작하는 코 끝 시린 구옥에 겨울이래도 자발적 고립이 주는 폭닥함은 철저히 우리만의 온도이기에 완벽한 전달은 불가능하지만, 함께 읽기에 행복감을 아는 모두에게 이 겨울이 다 끝나기 전에 꼭 한번 이 책 속에 장면처럼 시간과 책을 동시에 공유해보는 기쁨을 누려보길 적극 권한다 #한울림어린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