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이 훌쩍 지난 엄마가 오랜시간 반찬봉사를 하게 된 건 독거노인들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사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강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을 돕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노령화 시대에 기대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수 있다. 00씨, 00언니 보다 형님이라는 호칭이 주는 위계엔 한 세월을 함께 보내온 동지애가 느껴진다. 어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명명 중에 가장 정감있는 부름이 아닐 수 없다. 각 지차체에서 노인과 청년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잘 유지되지 않는건 공유 할 수 부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인데 그 사업에 중심에 고독사라는 주제가 있다면 조금 더 중대해진다. 그 무엇보다 고독사에 핵심은 관심이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이웃과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라 하지 않거니와, 그럴 수도 없다. 자주 마주치는 이웃과 우체통에 우편물이 쌓이고, 택배가 현관을 너머 집으로 들어가지 않을 때, 안부를 궁금해 하는 정도에 오지랖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아파트 맨 아랫집에 홀로 사는 두더지 할머니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기 위한 청설모 탐정의 대활약을 담고 있는 #수상한아랫집의비밀 은 엉겁결에 탐정이 되어 두더지 할머니를 관찰하기 시작한 청설모와 이웃들에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소소한 의심에서 시작된 단순한 관찰일지가 할머니에 대한 진지한 탐색에 시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이웃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 조차 없는 사회적 안타까움도 함께 담고 있다. 세대간 화합을 이루기에 세대간 격차는 이미 많이 벌어져 버렸다. 나아가 이웃간에 관계회복은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관계망 형성에 필요조건은 정을 쌓는 시간이다. 흉흉한 세상 속에서 마음에 빗장을 열어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가까이 살을 맞대진 않더라도 눈과 의식으로나마 살뜰히 살피는 마음이 연결되길 희망해본다. 고맙습니다 #해와나무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