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놀고 돌아와 화장은 지우지 않아도 암막커튼은 치고 잠들었던 날, 온종일 누군가에 식사를 서빙을 하느라 내 끼니는 거른 날, 텐트 속에서 콧망울이 꽁꽁 얼어도 좋다고 히죽 댔던 날, 카트라이더를 밤새도록 하는 것으로 보내버리기도 했던 날_크리스마스도 과거가 되면 수많은 날 중에 하루가 된다. 흥겨움이 지나간 자리에는 고요함이 남는다. 고요 위에 사부작 사부작 소리를 얹는다. 사람들이 살아있는 소리. #크리스마스다음날 을 포옥 끌어안아 본다. 포근한 이불같은 폭닥함에 몸을 맡기면 어딘가 구상나무 향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다. 잠시 잠깐 눈을 스르르 감고서 겨울 밤 난로 앞에서 귤까먹다 잠이 든 소녀가 되어보았다. 나는 이 아름다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내가 성탄을 기다릴만큼 사랑 도장을 많이 찍었는지 묻는다. 질문은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자꾸 걸려 넘어지지만, 친구가 보내온 카드를 읽으며 자신에 행복을 기꺼이 쪼개어 나누는 훈훈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헛헛한 건 부풀었던 마음이 거대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들떠있던 마음을 다잡고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일거다. 거기에 마지막 날이 넘어가면 채워가야하는 여백에 대한 무게도 함께. 우리가 얼렁뚱땅 풀어진 마음을 즐기고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도 어딘가에서는 곱디고운 손길들이 우리 삶이 잘 이어지게 돕고 있다. 폭설이 내린 날이 그랬다. 나는 차를 움직이기 위해 차 위에 쌓인 눈을 쓸어내렸다. 그 곁에는 내가 쓸어내린 눈뭉치들을 운전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밀어가는 경비아저씨가 계셨다. 나는 핫팩을 포장해 드리며 감사를 대신한다. 그것을 건내면서도 마음 한켠에 물질만큼 쉬운것이 있을까 싶다. #크리스마스다음날 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가며 삶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을 향한 감사함과 연민이란 감정 속 씨앗에는 사랑이 기본된다고 가녀린 선율로 전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노는날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