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교실생활자가 된 올 한해동안 내가 가장 힘들었던건 그저 등교 자체에 대한 부담이었다. 단언컨데 아이가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나갈 것에 대한 의심은 없었고 다행히 여즉 깨지지 않을만큼 아이는 충실하고 즐겁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오히려 학부형이 된 내가 오랜시간 배회했고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한채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었다. 육아서, 지침서 처럼 굳건함이 흔들릴만한 책은 되도록 멀리하려는 나에게 에세이로 위장해서 찾아온 #너와나의점심시간 은 하루중에 가장 포식하는 점심식사처럼 묵혀온 허기짐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내게 학교는 탈출 충동을 가장 강력하게 느낀 장소이다.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않았고, 수직적 태도로 일관하는 선생님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물론 나 역시 재수없기로는 순위를 매길수 없는 아이이기도 했거니와 기어코 이겨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야성에 누구나 뒷걸음질칠만 했다는 자기검열을 최근에나 했다. 그 시간을 함께 건너온 편견은 학부모가 된 나를 옭아매고 있었고 그것이 불안으로 이어졌던 거 같다. 전형적으로 자신의 과거에 아이를 투영하여 좌불안석 하는 엄마에 표상으로 1년을 보낸 내게 따뜻함을 넘어 절절 끓고 있는 사랑의 언어는 무뎌져도 괜찮다고 읊조린다. 교실안에서 일어나는 괜찮고 괜찮지 않을 모든 시간을 엿듣는 것만으로 덜컥 평온이 찾아왔다. 꼬마가 담임 선생님을 일등으로 만나고 싶어 등교시간 30분 앞서 학교로 달려간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내 두려움이 부끄럽다.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관여하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완급을 조절하며 자신에 모양을 잘 다듬어가고 있다는 믿음이야 말로 엄마이기 이전에 교실생활자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응원일 수 있겠다. 못내 아쉽고 참견하고 싶은 일들이 왜 없겠냐마는 아이는 분명 열심과 진심을 다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작으면 작고 크다면 큰 교실 속 생활자로 용을 쓰고 있을 당사자에게는 용기를 건내고, 이 순간에도 아이들을 헤아리기 위해 정성을 쏟고 계실 선생님께는 감사를 전하는 책을 만났다. 나는 곧 1학년 학부형이 될 엄마들에게 이 책을 선사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문학동네 #김선정에세이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