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생들에 뚝뚝한 무표정과 퉁명스러운 말투에 괜한 동질감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반항을 위한 반항을 하느라 분주했고 (나 혼자서만)어른을 어떻게 골탕 먹일지 궁리 하느라 내내 바빴던 나에 삐딱함과 닮아있다고 느끼는 탓이다. 투쟁하는 와중에도 나는 학습되지 않은 감정들을 받아내는 것에 충실했고,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끄끝내 찾아내어 꼬리표를 달고 정의를 내리느라 몸살을 앓았다. 그 시간들이 쌓여 내게 그늘을 만들었고 그늘 아래에서 숨을 쉬기도, 숨기도 할 수 있었다. 자진하여 마음에 개구멍을 만들어 들락날락 오갔던 값진 순간들이 여전히 내 속에 숨통으로 존재한다. #녀석의깃털 은 청소년의 생각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문학의 형태로 답하는 것만 같다. 친구의 등에 돋아난 깃털, 내 귓바퀴에 생긴 아가미 같은 구멍, B양에게만 들리는 양의 울음소리, 나를 따라다니는 불쾌한 냄새 등 모두 다른 여섯편에 단편 속에 감각으로 귀결되는 연결고리를 통해 모든 신경을 섬세하게 열어두고 있을 십대에 고민을 몹시 부드러운 곡선형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모든 통로를 열어둔 채 들어오는 모든 것을 흡수하며 음과 양을 아슬아슬 넘나들던 시절로의 회귀라고 느낄 만큼 흡인력 있는 이 책은 그 누구보다 공부와 공부 사이 잠깐에 짬을 내어 책을 찾는 십대들에게 짤막한 호흡으로 읽기에 더할나위 없는 소설집이기도 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이야 말로 작가가 건내고 싶은 위로에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보호자에 도움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허락도 크게 의미가 없는, 다 자랐다고 착각하기에 딱 좋은 시기. 가장 위태롭고 가장 찬란한 몇년. 순조롭게 지나가면 그 그대로, 맹렬히 파고 들어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는 시간들. 심해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저 한면의 표지 안에 6개 단편의 조각들이 모두 응집되어 있다. 허튼 생각과 허무맹랑 해도 괜찮을 순간들을 잘 잡아서 끌어온 이야기들은 모두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된다. 어떤 독자에게도 마침표를 쥐어주지 않아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났다. 고맙습니다 #비룡소 #녀석의깃털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