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해볼까? 툭 던진 내 제안에 남편은 올해는 조용히 지나가면 어떻겠냐고 답했다. 할로윈에 아픔이 채 가시도 않았는데 같은 하늘아래에서 벌어진 참사를 정녕 애도한다면 우리만이라도 별다른 것 없는 매일처럼 수수히 보내자고 말이다. 찾아서 흥을 올리지 않아도 회사에선 회식을, 나는 아이를 핑계로 연말 기분에 취하게 되겠지만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우리 가족은 아기예수님의 탄생축하 한해쯤 건너뛰어도 무방하니 가정에서 만큼이라도 자중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크리스마스는 화려함이 지나쳐 눈이 잠깐 머는 날, 판단이 흐려지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날. 그래서 성탄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이용해 힘을 보태는 날. 하지만 되려 이 책은 우리가 특별한 것에 너무 목을 매고 있진 않은지 더듬거리게 한다. 우아한 호흡이 만들어 낸 침착한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크리스마스타일 은 각이 뚜렷하고 반듯해서 이어 붙이기에 편리한 타일이 아니라 뭉뚱그린 타입일거란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게 된다. 살아가는 날에는 층위가 없다. 어쩌면 그러면 안될 것 같은 날이지만 여지를 남겨두어도 괜찮은 날이라는 안도를 건네는 것이 내가 느낀 이 소설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이다. 일상 속 변주는 매일진행형이고 하루쯤 시시하게 보내버려도 삶은 계속 되며 우리의 희망도 그럴 것이라고 사려깊게 전해주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창비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