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반짝이는 날 놀이터에 앉았다. 아이들의 조잘거림이 바람을 타고 너울대고 있었다. 아! 살아있는 소리. 내 아이의 목소리를 찾기위해 잠시 눈을 감아본다. 아이는 쪼그려 앉아 흙을 파며 친구들에게 어제 동물농장에서 본 고라니 구조장면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부쩍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아이에게 지금의 주거환경과 삶의 패턴을 핑계로 삼는 거절의 방법을 바꿔보기로 하고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동물농장을 함께 보기로 했다. 효과가 있었는지 동물과 가족이 되는 것이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인지 자연스럽게 알아갔다. 하지만 꼬마에겐 반려동물이 필요한 진짜 이유는 충족되지 않는 관계 속의 온기일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여름밤이면 너네집 우리집 할것 없이 수박을 나눠먹었던 그 시절, 우리는 반려동물이 갖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형제도 부럽지 않은 친구들과 같이 자랐고 크리스마스이브 자정에 성당 교리실에 함께 잠입해주는 끈끈한 우정이 있었다(그리고 그것을 눈감아 주던 어른도!) 어쩌면 이 책은 그런 햇살보다 더 소중한 친구들과 관계의 부재를 메워주기 위해 우리에게 찾아온 책일지도 모르겠다. 고맙습니다#오늘의햇살 #문학과지성사 #문지아이들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