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산책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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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유모차를 밀고 돌아다녔다. 세수는 하지 않을 용기는 있어도 산책하지 않을 용기는 없었다. 정처없이 발길 닿는 곳 어디든 갔다. 그 시간 속의 나를 또렷히 기억하는 두사람은 매일 조금씩 메말라 갔던 나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 두사람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 터널을 지나오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잠식되어 있었는지 깨달았고 깨닫고 나니 더욱 두려웠다.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었고 그것은 나를 찾아가는 동기가 되었다. 

#선릉산책 은 내 폐부에 박힌 그것을 상기하게 한다. 나만이 아는 그것을 관철시키며 그 속에 있는 내 슬픔과 #선릉산책 속 슬픔은 묘하게 점철된다. 그런데 그것은 성격과 종류가 너무도 다양해서 나의 것과 완벽히 맞취질수 없음에도 책을 덮을 즈음 '그래도 내가 낫네'하는 안도와 책이 전하는 담담한 위로들을 냉큼 받아 먹어본다. 

대화하듯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한다. 책이 자꾸만 말을 걸고 나는 대답을 한다. 맥락없이 흐르다 끊겨 버리는 빈 대화보다 책과 말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짙어진 가을에 슬픔이 아닌 슬픔과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문학동네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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