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의 호시절
이강 지음 / 북드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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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장농속에는 엄마 아빠의 인생 이야기가 항상 가득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것도, 그 속에서 맘에 드는 옷을 찾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고른 옷을 엄마는 나에게 맞게 고쳐 주셨고, 그걸 입고 다니면 든든했다.

7식구 대가족인  우리집은 아이들 중 누군가 소풍을 가는 날이면 온 가족이 김밥 파티를 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벌써 수북히 쌓여 있던 김밥을, 통째로 들고 먹거나, 김밥을 썰고 있는 엄마 옆에서 서로 꽁다리를 먹겠다고 싸우기도 했다. 
 
스카이콩콩이 대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끼리 모여 몇시간씩 스카이콩콩을 타곤 했다. 피곤한줄도 힘든 줄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탔었다. 

어렸을 때는 이사를 자주 다녔다. 그 중에도 마당이 넓어 앞에는 정원이, 왼쪽에는 온갖 나무와 채소들이, 오른쪽 한켠엔 우물, 우물뒤에는 딸기밭이, 집 바로 앞에는 개울물이 흘렀던 집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야 했고, 화장실도 멀리 있어서 불편한 점도 많았는데도 이상하게 즐거웠던 기억만 떠오른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마루에 앉아 하얗게 샌 머리를 열심히 빗어 은비녀로 쪽지던 모습만이 기억난다. 그 옆에서 나는 그 은비녀를 나중에 꼭 달라고 떼를 썼고, 할머니는 그러겠다고 약속해 주셨다. 

엄마 아빠의 모든 대화는 싸움처럼 들린다. 두분은 싸운게 아니라 대화한 거라고 하시지만, 사사건건 사소한 일 하나에도 의견 통일이 되는 걸 본 적없다. 그래도 눈에 안 보이면 서로 찾고, 무슨 일 있으면 제일 먼저 챙긴다. 진짜 그분들의 삶에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보다.

매년 여름이면 연례행사로 가족들 모두 봉숭아 물을 들였다. 자기 전에 분명 잘 싸매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손톱에 붙어 있어야 할 봉숭아가 이불이고 옷이고 벽에 붙어 있기도 했다. 누구 손톱에 봉숭아가 더 진하게 들었는지 서로 비교해보기도 했다.

이제는 사라져 추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작가님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살아난다. 그때의 평범한 일상이 소중한 순간이었다는 깨달음과 함께, 그 순간을 같이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 느껴진다.

모든 그 시간들이 그립고, 괜히 울컥해진다. 그리고, 지금을 열심히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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