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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그리고 향기 - 향수 만드는 남자의 향기 이야기
임원철 지음 / 이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좋아하는 섹시한 향수에는 빠지지않고 들어가는 향기가 있다. 섹시한 향의 공식을 완성해주는 향의 감초는 다름 아닌 사향이다. 사향은 얼핏 맡아보면 먹 냄새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향을 많이 사용한 향수 일수록 수묵화를 닮아 있다. 사향은 여인의 체취와 가장 많이 닮은 향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떤 이유로 사향은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인들의 무기로 요긴하게 활용되기도 한다. 세기의 미녀였던 그들은 사향덕분에 옷을 벗어 던지지 않아도 다 벗은 듯 남성들을 유혹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물론 지금도 섹시함을 갈망하는 많은 여인들의 소망을 충족시키기에 향수에 사향을 넣는 것이 압도록적으로 인기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사향을 많이 사용한 향수들은 농도가 짙어지면 짙어질 수록 그 투명함이 강렬해져서 아찔하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많은 화가들과 조각가들이 아름다운 여인의 나체를 탐구해온 것처럼 조향사들도 향기라는 도구를 선택해왔을 뿐 예술가들과 비슷한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향수. 향기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소설로 만든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사람이 가진 향기와 체취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아직도 그 전율과 감동이 생생하다.
한때 나의 꿈이 조향사일정도로 세상의 모든 향을 소유하고 싶고 세상에 없는 향을 창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무턱대고 들었던 적이 있다. 저자가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인 까닭에 책의 곳곳에 향기를 사랑하고 향에 관련된 모든것을 알고 싶고 알아야만 하는 열정과 노력이 숨어 있다.
사람의 후각은 보이지 않은 힘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우연히 맡게 된 냄새 하나로 과거와 연결될 수 있고 후각을 통해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삶속에서 향기가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얼마나 사람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었다.
향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저자가 향수의 고향과 도시를 찾아가는 여행길에 나도 따라나선 느낌이었다. 나도 평소에 향기가 만들어지고 태어난 곳을 여행하고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향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쌀쌀한 가을날, 문득 여행이 하고 싶어지는 요즈음, 이 책과 더불어 저자가 경험한 향수의 고향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여행하고 경험한 느낌이다.
향수는 이제 우리의 삶과 뗄래야 뗄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다. 한층 더 향수에 대한 이해와 폭이 깊어진것 같고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향을 찾고 싶은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