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CEO는 왜 강한가 - 삼성의 26년차 인사담당 임원이 밝히는 삼성 인재 육성의 비밀
조영환 지음 / 북오션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조영환은 26년간 삼성안에서 인사·조직 분야를 담당하고, 조직의 생리를 연구한 삼성의 비결을 철저히 해부해 이 책에 담아냈다. 저자가 삼성그룹의 인사·조직 분야를 담당한 임원이라 그런지 삼성의 조직문화와 내외부적으로 인사영입에 대한 많은 유익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삼성 출신이 어디에서나 능력을 발휘하는 이유로 ‘조직인으로 키워지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삼성은 좋은 재료를 선별해 딱 들어맞는 벽돌을 만드는 벽돌공장에 비유할 수 있다. 돌멩이는 따로 존재할 수 있지만 이미 건축물에 들어간 벽돌은 그곳에 있어야만 자신의 존재가치가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조직에서도 이런 반듯한 벽돌을 구해다가 자기 건축물을 메우고 싶어 하고 삼성에서 임원 이상을 했다면 벽돌을 넘어 벽돌공장장 수준이 되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에 삼성 출신들이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내부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삼성의 내밀한 실제 사례들, 저자가 26년간 인사 파트에 몸담으며 삼성의 인사 정책과 교육 방침을 직접 수립하고 삼성의 조직원들에게 적용해본 정량화된 데이터, 그리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 전문 연구자의 기술과 타 기업체 인사팀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다양한 정보 등이 이 책 에 모두 담겨 있다.


헤드헌팅 회사를 찾아 CEO나 임원을 추천해 달라는 기업 가운데 30% 정도는 '기왕이면 삼성 출신'을 요구한다고 한다. 삼성은 타사에 비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비율이 상당히 낮고, 지방 출신도 많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삼성 출신을 원하는 이유에 다음과 같다.
예측 가능한 반듯한 인재, 조직으로 일하는 노하우 겸비, 강한 공동체 의식, 육성형 능력주의,  의사 결정 땐 모든 변수 검토 등등이 있다.


삼성 출신들은 조직으로 일하는 노하우를 배운다고 한다. 담당 부서와 협의해 의사 결정을 하고 수많은 사람이 서로 협조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이 이탈해도 조직이 그대로 돌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삼성은 일선 담당자에게 과감하게 권한과 업무를 이양한다. 담당자는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조직은 담당자 의견을 존중한다. 많은 기업이 주요 정책 결정을 CEO나 몇몇 핵심 스태프가 쥐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른 점이다. 이렇게 조직으로 일하는 노하우를 가졌기에 다른 조직에 가서도 이런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삼성 출신은 신중한 의사 결정 방식이 몸에 배어 있다. 의사 결정을 할 때 모든 관련 변수들을 검토하고, 의사 결정에 필요한 관련 부서들과 치밀하고도 지난한 난상토론식 검토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독단이나 일방적인 의사 결정이 적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식의 너무 신중한 의사 결정이 스피드가 필요한 상황에선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삼성 출신은 책임감이 대단하다. 목표가 정해지면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것이고, 달성하지 못하면 어떤 변명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에서는 목표를 결코 안일하게 설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지도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겨우 이룰 수 있는 정도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 직원이 달성을 위해 매진한다.


삼성 출신들에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일사불란한 조직력과 돌파력을 갖추고 있지만, 융통성이 다소 떨어지는 군대 문화의 단점이 삼성 출신들에게 내재돼 있다.

삼성 출신은 지나치게 신중한 측면도 있다. '삼성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조금만 이상하면) 건너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사실 삼성은 지나친 신중함 때문에 반도체·스마트폰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사업 분야의 진출에 대부분 다른 기업에 앞서지 못했다. 조직은 오래될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신중하다 보면 새로운 흐름을 놓칠 수 있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삼성 출신의 벽돌 같은 단단함은 강점을 발휘할 때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혁신과 창조적인 발상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때론 반듯함을 버리고 청바지를 자유롭게 입고 다닐 정도의 돈키호테적인 조직 분위기를 조성해야 자발적인 창의성이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삼성인들은 내부 지향성이 강하다. 삼성은 매년 수천억원의 사회봉사·기부활동을 하고서도 국민들로부터 우호적인 시선이 약한 게 사실이다. 비즈니스만이 아니고 사회 활동과 개인들의 친교 활동조차도 더 자유롭게 열어나가는 개방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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