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2017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박상순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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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수상시인 박상순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그럼, 수요일에 오세요. 여기서 함께해요. 목요일부턴 안 와요. 올 수 없어요. 그러니까, 수요일에 나랑 해요. , 그러니까 수요일에 여기서

 

무궁무진한 봄, 무궁무진한 밤, 무궁무진한 고양이, 무궁무진한 개구리, 무궁무진한 고양이들이 사뿐히 밟고 오는 무궁무진한 안개, 무궁무진한 설렘, 무궁무진한 개구리들이 몰고 오는 무궁무진한 울렁임, 무궁무진한 바닷가를 물들이는 무궁무진한 노을, 깊은 밤의 무궁무진한 여백, 무궁무진한 눈빛, 무궁무진한 내 가슴속의 달빛, 무궁무진한 당신의 파도, 무궁무진한 내 입술,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월요일 밤에,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화요일 저녁, 그의 멀쩡한 지붕이 무너지고, 그이 할머니가 쓰러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땅속에서 벌떡 일어나시고, 아버지는 죽은 오징어가 되시고, 어머니는 갑자기 포도밭이 되시고, 그의 구두는 바윗돌로 변하고, 그의 발목이 부러지고, 그의 손목이 부러지고, 어깨가 무너지고, 갈비뼈가 무너지고, 심장이 멈추고, 목뼈가 부러졌다. 그녀의 무궁무진한 목소리를 가슴에 품고, 그는 죽고 말았다.

 

아니라고 해야 할까. 아니라고 말해야 할까. 월요일의 그녀 또한 차라리 없었다고 써야 할까. 그 무궁무진한 절망, 그 무궁무진한 안개,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박상순

 

p12~p13

일상적 감정과 정서가 녹아 있는 남녀의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늘 그러하듯이 남녀가 설레는 마음은 진심어린 사랑시가 아닐까?

이 두 페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른 저녁잠에서 깨어나 다시 읽고 다시 읽고 또 읽고......,

남성의 에로스적욕망과 여성의 방어기제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에로스라는 진실함에 남자로써 동감이 가며 상대 여자의 방어기제에 대한 여자의 답에 죽을 것 같은 사랑의 슬픔을 느낀다.

 

마광수 교수의 소설과 세사르 바예호 시가 새롭게 교차한다.

 

기괴하지만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표현한 성적인 작품이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시는 욕망의 표현은 늘 변태적이고 끝이 보이는 에로스라는 말에 탄원서라도 되는 듯 우리들에게 보내는 것 같다.

 

수십 번 읽다 보면 최근 다시 느껴 보는 세사르 바예호의 시들로 아방가르드가 진정 무엇인가를 다른 시각으로 다가온다.

 

무궁무진한 떨림, 시로 인해 다른 시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 한동안 버겁게 느껴졌다.

이 시 한편으로 내가 잃어버린, 숨겨진 아니 감추려고,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쓰던 순수한 욕망을 이처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

 

요즘 같은 시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스런 시절로 기억될 지금, 우리들 마음속에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

 

온갖 낙서와 커다란 짙은 페인팅으로 지워지지 않게 마음속이 채워져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렵지만 시 한편으로 마음 속 빈 공간이 이처럼 또렷하게 찾아낼 수 있는 느낌이다.

어떤 언어적 표현으로 새겨질까? 라는 고민 속에 다시 한 번 더 읽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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