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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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사
지은이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옮긴이 승주연
(주) 은행나무
2021년 3월 5일

크고 아름다운 새같은 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20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태어났고, 1999년 현재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99세이지만 수십년을 냉동상태로 있다가 해동 되었으니 생물학적 연령은 서른살정도다.
반혁명적 음모에 가담한 것과 프롤레타리아를 죽인 혐의로 솔로베츠키 제도에 위치한 수용소에서 모진 고초를 겪다가 냉동인간 시험의 희생양이 되어 액체 질소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가 해동되어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일기로 써나간다.
책은 2부로 나눠져 있고 1부는 인노켄티의 일기이고 2부는 해동 시켜준 의사 가이거와 옛연인의 손녀이자 현재는 사랑하는 여인이 된 나스챠의 일기를 인노켄티의 기록과 연결되어 서술한다.
1999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노켄티로 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는 10월 혁명등 냉동이전 소련의 정치나 사회등 역사적인 사실들이지만 인노켄티가 회상하고 기록하고자 하는것은 다르다. 나선형으로 생긴 건물의 계단이나, 단단한 문에서 나는 자물쇠 소리등 그 시대의 소리나 냄새, 그 당시 사람들이 쓰던 어휘나 표현, 다양한 제스처와 동작 같은 것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소련과 러시아의 사회를 무겁지 않게 묘사한 이야기와 간간히 서술되는 철학적인 내용으로 마냥 가볍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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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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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J시를 떠나면서 아버지가 홀로 남게 되자 ''가 아버지 곁으로 가는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다른 형제들은 스케줄을 짜서 부모님댁에 번갈아 내려갔지만 ''는 딸을 잃은 후부터 부모에게 연락을 삼갔다. 하지만 엄마가 집을 떠날때 문앞에서 아버지가 울었다는 여동생의 말을 듣고 아버지 곁에 있기로 한 것이다

 

여섯째로 태어난 아버지는 전염병이 돌던 해에 형 셋을 잃어 졸지에 종가의 장남이 되었다. 한의사였던 조부는 전염병이 두려워 아버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소학을 가르치고 명심보감을 외우게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를 잃던 날에 열네살 아버지는 논에 있었다고 한다. P. 19

열네살부터 문중 논을 홀로 농사짓던 아버지였지만 동네 사람들과 달리 가끔 가죽 점퍼에 포마드를 바르고 오토바이를 달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의 눈에는 농부같지 않고 서툴러 보였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김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J시의 다리가 떠오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다리 위에서 아버지를 외면했던 중학생이었던 나의 모습이. P. 22

그 시절의 다른 아버지와는 달리 목소리도 크지 않고, 적당한 키에 비교적 큰 덩치, 반듯한 외모의 아버지였고, 말수가 적어도 친구가 많은 아버지 였다. 하지만 중학교때 어느날 읍내의 다리위에서 마주친 아버지는 허름한 모습에 깊은 실의에 빠진듯한 사람처럼 보였고 나는 아버지를 외면했다

내가 아버지를 발견한 곳은 예전에는 잿간이었던 헛간이었다. P. 50

새벽 세시쯤 일어 났는데 아버지가 사라졌다. 헛간 벽에 걸린 농기구들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버지를 발견 한다.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아버지 인생? 우리들 학사모 쓰고 찍은 사진이? P. 65

아버지 침대 밑에 이부자리를 깔고 잔다. 아버지는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벽위에는 나만 빼고 형제들이 학사모를 쓰고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아버지는 한동안 연락할때 마다 나의 사진을 받길 원했다. 그때 마다 나는 거절하거나 외면 했다. 보다 못한 오빠가 말한다. 그것이 아버지 인생 아니냐, 너는 글을 쓴다는 사람이 사람 마음을 그렇게 모르냐? 아버지 마음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슨 글을 쓴다고••••••

그때는 우리 집 땅이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아주 넓었으며••••• P. 83

차천자라는 사람이 J시의 입암면 대흥리에 보천교를 세웠다. 대흥리에 교당을 지으면서 신도들에게 인장과 교첩을 발급했고 이를 얻으러 논밭을 팔고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때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코청을 뚫어 코뚜레를 걸어놓으면 송아지는 꼼짝없이 자신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집의 운명에 자신이 따를 수밖에 없듯이. P. 96

전염병에 형들을 잃고 열네살에 부모까지 잃은 아버지는 송아지를 기르고 쟁기질의 명수가 됐다. 송아지가 힘이 세지면서 소를 따라갈 수 없는 소년이 안타까워 아버지의 외조부가 코뚜레를 만들어 주지만 마음 약한 소년은 차마 코청을 뚫지 못한다.

지서 옆에 소를 누이고 소의 배를 밴 채 밤을 지새우다 동이 트면 다시 소를 데리고 마을로 돌아와 소에게 달구지를 달고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P. 113

아버지 나이 열일곱에 전쟁이 난다. 한 달도 못되어 J시는 인민군에게 점령 당한다. 소집령을 받자 형사였던 막내 작은아버지는 사당에 사는 떠돌이 큰봉이를 시켜 작두로 아버지의 검지를 잘라버린다. 서울 수복후 남한은 압록강까지 북진했지만 J시는 전쟁 초기보다 더 난리통에 빠진다. 낮에는 국군이, 밤에는 인민군이 마을에 주둔한다. 아버지는 소를 지키기로 했다.

당신은 잊어버릴 일은 좀 잊어뿔고 살어요. 뭔 그르케 하나 하나 다 기억을 허고 그것을 다 갚어야만 헌다요?

갚는다고 갚을 수 있는 일이간? P. 140

정부 정책을 믿고 융자를 받아 소를 늘린다. 당시 우사 옆에는 방 한칸에 부엌만 딸린 집이 있었다. 덩치가 크고 귀가 어둡고 셈을 할 줄 몰랐던 웅이가 살았고  웅이가 나간 다음에는 엄마 말도 잘듣지 않는 낙천이 아저씨가 살았던 집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딱 하나 아버지 말만 들었다는 것이다. 웅이 집에는 전쟁 통에 진 빚이 있다고, 다리밑에 살다 천변 기회정리때 떠돌이가 된 낙청 아저씨는 난리통에 밤새 소를 지킬때 함께 곁에 있어준게 고마워사 거둬들인것이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그렇게 속는 척해줄 뿐 속지 않는다고. 아버지들이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급기야 친구는 속는 척해주는게 아버지들의 역할이라고까지 했다. P. 156

비를 피해 들어간 폐가에서 나무궤짝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가게를 운영할때 돈이 들어 있던 궤짝이다. 돈이 필요할때 아버지가 모를법한 것들을 생각해 그걸 사야 된다고 말하면 돈을 꺼내 주던 나무궤짝이다.

내가 능력이 있었으면 너가 그 먼 곳으로 가지 않아도 될 것인데 P. 171

나는 너에게 편지를 지대로 쓰기 위해서 한글을 배우러 다닌다. P. 175

아버지 함자를 댈 때면 바로 친절해지고 다정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버지가 제 아버지라 항상 뿌듯했습니다. P. 185

나무궤짝에는 월급을 더 받기 위해 리비아 근무를 자청한 큰오빠와 아버지가 주고 받은 편지뭉치가 있었다. 무뚝뚝한 오빠가 당시 선택한 편지 쓰기는 아버지에게 큰 위로가 된 듯했다.

무섭기만 했시믄 어찌 매일을 살겄냐. 무섭기도 하고 살어갈 힘이 되기도 허고•••••• P. 195

나는 아버지를 한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때야 깨달았다. P. 196

젊은 날에 먹성이 좋은 자식들이 음식을 먹는 걸 보면 양식 걱정에 무서웠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다음 날 새벽이면 우리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눈을 다 쓸어놓으셨잖어요. P. 205

아버지가 훈육을 위해 회초리를 든 것을 지금까지 나는 딱 한번 보았다. P. 207

시험 좀 떨어졌다고 집을 나가야?

앞으로도 뭔 실패만 하먼 다 집어치우고.

짖을 나갈 테냐? P. 209

무엇 하나 빠질게 없이 잘하던 셋째 오빠가 고입에 실패하고 가출했을때 수소문 끝에 오빠를 집에 데리고 왔다. 빈집에 오빠를 데리고 가 회초리가 다 부러질때까지 먀질을 했다.

내가 자꾸 넘어지자 아버지는 자전거 안장이 높아서이지 네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했다. P. 227

늘 아버지에게 형에게 물어보라, 형이 하라는 대로 하라, 같은 말만 듣다가 형을 도우라, 는 말을 듣게 되니 나도 모르게 무릎이 휘청거렸다. P. 253

둘째의 이야기다. 형이 동생들까지 같이 데리고 살때 연락도 없이 아버지가 형을 찾아갔다. 옹색한 형편을 보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흑석동 당숙네를 찾아 갔다. 십년 전에 빌려준 돈을 돌려 받으러 갔다가 방한칸에 일곱 식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연탄이며 쌀까지 배달 시켜주소는 그냥 J시로 돌아온 아버지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라, 눈치 보지 말고. P. 261

해양대학교를 지원한다고 했을때 극구 반대하던 아버지 였다. 막상 떨어지고 무전여행중 간첩으로 오인되어 경찰에 잡힌 둘째를 데리도 오다 여관에 머물때 목욕후 맥주를 나눠 마시며 말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언제부턴가 서로한테 아그들한테 말허지 말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고 살었네. P. 274

너그 아버지는 그알 이후로 나한티 말 안 하고 집을 비운 적이 없다. P. 284

내가 다수확상 받을 때마다 벽에다 걸어놓으면 너그 아버지가 바로 떼버려서 그 일로 싸울때도 있었네. P. 288

엄마의 말이다. 생전 시험 같은 것은 보지도 않던 사람이 시험도 보고 교육도 받아 소지한 엽총으로 멧돼지는 고사하고 새 한마리 못잡아 왔다. 신작로에서 이웃이 진짜 총알이 들어 있는건 아니제라며 놀리면서 방아쇠를 당겼는데 아버지 허벅지에 총알이 박혔다. 수술을 하러 병원에 가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절대로 알리지 말라는 아버지다. 신품종이 들어올때 마다 적극 나서 열심히 농사를 지어 다수확상을 받지만 벽에 걸어 놓으면 상은 학교에서 받는 것이 상이라면서 큰 오빠가 받은 상만 쭉 걸어 놓는다.

아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세상에 분노가 치밀어서 죽을 것 같다고. 그러니 알아듣고 싶지 않고 그래야 자기가 버틸 수 있다고 했어. 전쟁도 지나갔는디 이 시간도 지나가지 않겠냐고 그때까지는 아들을 지켜주는 거만 생각할란다고 했어. P. 300

그리 열심히 했는데 불행하게도 시험날도 다가오기 전에 전쟁이 터져서 공부한게 도루묵이 되었소. P. 306

세상의 기준은 이처럼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소. 필요에 따라 변화하지.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러니 신념이라는 게 얼마나 부질었는 것인가. P. 312

책을 통해 인간을 알게 되었지. 얼마나 나약하고 또 얼마나 강한지를 말이야 P. 322

자네 아버지는 자네 옆에 그저 있어주고라도 싶은데 자네가 옆에 오지도 못하게 한다며 고통스러워했네. P. 323

박무릉의 이야기다. 긴급조치로 휴교령이 내려졌을때 수배당한 셋째를 숨겨 달라며 전쟁통에 헤어진 박무릉을 찾아왔다. 매일 아침 밥과 반찬을 갖고 왔지만 아들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왜 아들이랑 말을 않냐고 물으니 머리통 큰 놈이랑 말을 섞어봐야 이길 수가 없다고 한다.

부모님은 게임기라고 하면 손도 못 대게 하는데 할아버지는 제 또래들이 다 그거 가지고 노는데 아예 하지도 못하게 하면 친구도 못 사귀고 반항심만 생긴다고 하셨어요. P. 326

그때 내가 니 등록금 못 내줬으니까 동이 등록금은 이것으로 내라. P. 335

제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까 병원에 입원하려고 서울 오시는 길인데도 농협에 가서 수표를 끊으신 거에요, 저를 주려구요. P. 338

오래전 제가 운전하는 자동차 뒤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돈 봉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모습. 그때는 왜 저렇게들 하시나, 싶었는데 이제야 두분의 마음이 짚어져서 뒤늦게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P. 342

아들의 아들, 그러니 손자의 말이다

너는 내 말을 들어줄 것 같응게••••••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아버지는 집을 나갈 때 '낙천이 황소'를 두고 간 사람이라, 셈을 해봐도 장례는 피러줘야 맞는다, 안 그러면 빚지는 것이제, 했다. P. 354

아버지는 마치 내일이라도 세상을 떠날것 처럼 엄마와 자식들 뿐 아니라 웅이 낙천이에다가 조카 이삭이 까지도 일일이 챙기며 각자에게 줄 것들을 부탁한다.

살아냈어야,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 냈어야,라고.

 

작중 아버지는 우리 세대의 아버지다. 없는 형편에 겨울마다 형제 모두에게 새 털신을 사서 신겨 주는 아버지다. 자기의 아픔은 가슴 속에 묻어 두고 자식들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 아버지가 되고 자식들이 독립할 때가 되니 이제사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은데 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속 아버지와 동갑인 내아버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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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인문학 공부
김종원 지음 / 시공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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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인문학 공부
지은이 김종원
발행처 (주)시공사
2021년 1월 29일 초판 1쇄 발행

가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복기를 해 보면 뭘 읽었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독후감을 써 보려 해도 잘 정리 되지 않는다. 그냥 남의 것만 읽어 버린 탓 일 것이다.
남의 날개에 타고 날아갈게 아니라 나의 날개를 타고 날아 가길 도와주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한 번 읽고 밑줄 친 부분을 한 번 더 읽었다.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간혹 있지만 반성하고 노력해야겠다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손이 쉽게 가는 곳에 가까이 두고 틈날때 마다 다시 새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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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글로벌 매력 이야기
한준.손열 엮음 / EAI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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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글로벌 매력 이야기
편저자 한준•손열 엮음
발행자 하영선
발행처 (재) 동아시아연구원
발행일 2020년 12월 31일

'BTS가 글로벌 팬들을 사로잡은 매력의 정체는 무었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국제정치학,사회학,미디어 연구등 사회과학 여러 분야 전공자로 구성된 집필진들이
매력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한류 일반과 다른 BTS의 차별적 매력은 무엇인가
BTS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BTS는 한국적인가 보편적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한 후 8장에 걸쳐 각자의 의견을 서술한 학술서 성격을 띄고 있다.

먼저 BTS가 글로벌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세계의 거시적 환경 변화를 분석한다. 2차 세계대전후 제국주의의 문화적 첨병으로 서구 대중문화가 비서구 사회에 침투해 서구의 가치와 문호를 최고로 여기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서구 문화의 지배력은 크지만 다문화주의의 목소리가 글로벌하게 커지고 있다. BTS가 이런 변화를 잘 파악한것도 성공의 요인중에 하나로 생각된다.
글로벌 문화에서 중심 주변 위계가 약화되고 다문화주의의 영향력 커진 것은 BTS가 성공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P. 24
순수 고급 예술과 상업적 대중예술의 구분이 뚜렸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에 들어서는 엘리트들이 과거에 기피하던 대중음악에 관심이 높아져 상층은 고급예술 하층 서민은 대중예술이라는 도식이 깨져 소위 잡식성 취향이 등장하게 되었다.
BTS의 국내 및 해외 팬들의 구성이 다른 아이돌들과 달리 연령대도 다양하고 사회적 지위 면에서 중간층 이상이 많다는 것은 BTS의 세계적 성공이야말로 세계적 차원에서 문화적 위계의 변화와 잡식성 취향 등장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P. 33
BTS는 제국문화만 추종하거나 토착 문화만 주장 하지 않는다. 힙합과 댄스를 지향하는 음악이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한국의 언어와 정서도 담겨있다.
문화예술 분야 혼종 중에서도 특히 BTS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탈식민주의 혼종이다. P. 36
새롭게 바뀐 미디어 환경을 잘 이용한것도 성공의 큰 이유다.
대중음악은 과거의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대중매체 혹은 CD와 같은 저장매체의 시대를 넘어서 유튜브등의 소셜 미디어와 SNS등의 디지털 매체와 함께 스트리밍 소비스 시대에 접어들었다. P. 41
기존의 K POP아이돌은 잘생긴 외모, 트랜디한 음악에 맞춰 추는 칼군무로 인기 몰이를 하면서도,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인공적인 면때문에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BTS는 이들과 차별을 두고 세계 시장에 접근했다.
BTS는 케이팝 안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흑인 문화에 뿌리를 둔 힙합 음악을 그들의 음악적 기초로 삼은 그룹이다. P. 55
"깍지 않은 원석 같은 재눙을 찾아, 멤버 속에 타오르는 열정, 동기, 각자의 개성 등을 기반으로 하여 진정 아이돌이 될 만한 가치 있는 아이돌 그룹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P. 62
그렇기에 주변부 흙수저 아이돌인 BTS가 끝없는 경계 넘기의 시도와 성공을 통해 스스로를 확장하고 진정성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BTS 노래와 퍼포먼스로 전해지는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과 좌절, 희망과 극복의 메시지를 통해 그들은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P. 72
매력의 원래 뜻은 귀신이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힘이라고 한다. BTS의 매력은 단순히 혼종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의 한계를 고쳐 보려는 21세기 신문명 건축의 전위에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BTS는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짜 사랑에서 깨어나서 진짜 사랑의 새로운 길로 가자는 메시지를 복합적인 노래가락, 몸짓과 함께 전함으로써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P. 92
방시혁이 지적한 대로, BTS는 일단 전 세계의 젊은이등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 발언을 노래하고 춤추면서, 21세기의 첨단 소통 매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취향 공동체의 열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P. 94
금수저가 아닌, 중소기획사의 재주많은 일고청년이 시계의 탑 가수로 오르기까지의 힘든 여정과 젊은이들의 고민을 BTS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음악에 담았다.
아마도 그 특이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잠시 잠깐 반짝하고 소멸해버리는 인기가 아닌 수년간 지속되어 온, 그리고 그 범위, 크기, 강도를 점차 확장해 온 BTS의 인기 비결은 그들이 오늘의 청년세대와 시대정신, 그리고 세대 정서를 깊숙이 공유하고 있다는 매력에서 기인하는 것일 터이다. P. 133
BTS는 K POP의 아이돌이긴 하지만 무조건 한국적인 특수성만을 내세유지 않는다. 새계의 보편성에 녹아든 한국적인 것 더하기 멤버 제각각의 자유로운 이야기, 이것이 BTS가 노래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친가지로 BTS의 성공은 한국이라는 요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을 넘어서 있고, 한국을 보편성 하에서 반영하고 있고, 한국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보인다. P. 184
이제 전 지구는 강력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공통의 문제들을 겪고 이ㅛ다. 공통된 문제들에.대한 깊은 통찰과 비전을 가지고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해답을 내놓을 때 자연스럽게 한국의 위상과 소프트파워가 증진될 것이다. 한국의 자랑거리나 장점만을 제시하는 것으누이러한 점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P. 207
외교의 성패는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물리적 자원뿐만 아니라 가치, 이념, 문화등의 비물리적 자원의 조합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한국은 이러한 비물리적 자원의 중요성에 뒤늦게 관심을 갖고 2010년을 공공외교 원년으로 선포하고 공공외교의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공외교의 핵심은 매력에 있다고 한다.
BTS는 중소기획사가 모은 촌스러운 청년들이 그들만이 발견하는 보편성과 동시대성의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매력을 획득하는 엄청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국외교는 이들의 매력 생성 공식을 배우며 21세기 신문명질서의 한 기둥을 담당하는 매력외교를 구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P. 235

요약하면
BTS는 경상도, 전라도등 전국 각지에서 음악에 재주가 있는 일곱 청년이 모인 아이돌 그룹이다.
그들은 키운건 대형 기획사가 아닌 신생 중소 기획사이다.
소속사는 그들을 춤과 노래만이 아니라 작곡, 작사까지 다 할 수 있는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 시켰다.
그들의 목표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전세계로 향했다.
잘생긴 외모, 트랜디한 음악, 칼군무로 대표되는 기존의 K POP 아이돌의 이미지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힙합 그룹을 표방했다.
그들의 음악에는 또래의 젊은이들이 공감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 뿐 아니라 이런 메세지를 SNS등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이 아닌 쌍방간의 소통으로 공감대를 넓혀 나갔다.
흔히 말하는 꼰대세대라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끝까지 들어 본 BTS의 음악은 한 두곡 밖에 없었다. 책을 보면서 그들의 음악을,책에 나온 가사를 음미 하면서 듣다 보니 어쩌면 나도 아미가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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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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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정중앙의 길이가 320킬로미터 정도 되는 지형자체가 천혜의 요새인 초승달 모양의 섬이다.

유토포스가 정복해 유토피아 섬이라고 개명하면서 거기에 살던 야만족 무리를 가르치고 이끌어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민족보다 월등한 문명 수준을 지닌 인류를 만들어낸다.

여기에는 54개의 도시가 있고 각 도시에서 세명의 시민을 아마우로스의 회의에 파견해 국정을 논의한다.

농촌에는 한 농장에 최소한 40명의 남녀 성인이 거주하고 두명의 노예가 상주한다. 해마다 한 농장에서 20명의 도시민이 2년 동안의 농촌 복무를 마치고 도시로 다시 이주하고 도시에서 20명이 와 빈자리를 채운다.

집은 경계가 없다. 사유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과 시장을 선출하는 트라니보라는 선출직이지만 교체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모든 관직은 한 사람이 1년만 맡는다.

이 나라 사람은 누구나 농업을 해야 하므로 반드시 농업을 배우는 한편 특정 직업 교육도 받는다. 대부분 가업을 이어 받지만 다른 직업을 가질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하지만 죽도록 일해야 하는 사람은 없다. 오전 3시간 오후3시간씩 하루 6시간 일하고 오후8시에 취침한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이나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는 사람의 거의 없다.

유토피아의 철학은 행복을 중심에 둔다.

유토피아에도 노예는 있다. 그들 대부분은 죄수였고, 가축을 죽이는등의 일을 한다.

병원도 잘 갖추어져 있다.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는 안락사를 권하기도 한다.



각각의 집 후면에는 도로 너비만 한 정원이 있는데, 이 정원은 사방으로 다른 집의 후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모든 집에는 길거리로 통하는 정문이 있고 정원으로 통하는 후문이 있습니다.(P.108)

유토피아 사람이 거주하는 모든 집은 이미 국가가 철저한 계획 아래 지어 공급했기 때문에, 새 부지에 새 집을 짓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P.119)

도시는 잘 정비되어 있고, 사유재산이 없어 주택에 대한 욕심이 없다. 심지어 추첨을 통해 10년마다 살 집을 정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곳에서는, 오로지 사람들의 사치스럽고 방종한 삶을 충족할 뿐 실제로는 아무 짝에도 쓸데없고 헛된 많은 직업이 생겨나고, 많은 사람이 가기 종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P117)

유토피아에는 놀고 먹는 백수가 없다. 생산에 꼭 필요한 직업만 있을 뿐이다. 현대 사회의

고액 연봉자 대부분이 종사하는 직업을 생각해 보자. 모어의 생각이 놀랍다.

한 벌의 정장으로 만족하고, 그것을 2년 동안 입습니다.(P.120)

의복의 가치는 효용성에만 둔다. 사치란 없는 세상이니 꼭 필요한 것만 생산한다.



오직, 사람만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그런 것을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자랑하려는 허영심과 오만으로 탐욕을 부추깁니다.(P.124)

탐욕과 착취의 원인은 허영심과 오만이다. 모어의 나라 영국 왕족과 귀족의 민낯이다.



유토피아 시민이 직접 가축을 도살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 우리가 지닌 가장 인간적인 정서인 자비로운 마음과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점차 손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P.125)

이들은 가축의 도살은 인간의 살육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시포그란토르가 담당하는 서른 가구 중에서 열다섯 가구는 이 관청의 오른쪽에 나머지 열다섯 가구는 왼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시포그란트는 자신이 담당하는 모든 가구를 이 관청에서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P.125)

이나라 도시인들은 식사도 관청에서 단체로 한다. 판옵티콘이 떠오른다.



시장이 발행한 여행 허가증 없이 제멋대로 거주 지역을 벗어나 돌아다니다가 발각된다면 심한 모욕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망자로 간주 되어 소속 도시로 압송되어 중절을 받습니다. 그런 벌을 받고도 무모하게 또다시 그런 죄를 저지르면 노예로 신분이 강등됩니다.(P.131)

허가 받아야만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이동의 자유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여권이나 비자의 개념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낮에는 밝은 태양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밝은 별을 볼 수 있는데도, 작은 보석들, 즉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작은 돌을 보며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P.139)

유토피아 사람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고 혐오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신세 진 일이 없고 앞으로도 신세 질 일이 없으며 어떤 점에서도 존경할 만한 것이 없는대도 단지 부자라는 이유로 하늘처럼 우러르고 공경하는 정신 나간 태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P.141)

금과은을 가치 이상으로 평가해 귀중하게 여기는 유토피아 사람은 없다. 사유재산이 없고 사치품을 생산하지도 않으니 당연하다. 단지 금과 은이 희소하다는 이유 때문에 어리석은 인간에게 높은 가치를 지니는 귀금속이 됐을 뿐이라 여긴다.



배우자를 고를때 그들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황당해 보이는 관습을 엄숙하고 진지하게 지킵니다.(P.169)

결혼전 상대자의 나체를 서로 확인한다.



유토피아에는 극소수의 법만 존재합니다.(P.176)

또한, 이 나라에는 법에 대한 지식을 악용해 소송 사건의 진실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그런 변호사가 없습니다.(P.176)

있어도 뭔지 잘 모르는 법은 없느니만 못하다.



유토피아 사람들은 많은 피를 흘리는 참혹한 전투를 통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혐오할 뿐만 아니라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P.185)

전쟁을 혐오하지만 일단 전쟁이 나면 전쟁터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 전쟁뒤에 얻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하지만 그런 이들보다 좀 더 현명한 대다수 사람은 그런 신을 숭배하지 않고, 인간 정신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원한 유일신이 우주 전체에 물질이 아닌 힘으로서 어디에나 존재 한다고 믿습니다.(p.198)

사람들에게 유익한 곡식이 가시나무와 엉겅퀴 사이에서 잘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리듯,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거룩한 종교는 가장 거짓되고 미신적인 종교들 틈바구니에서 결국 사라지고 만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P.202)

유토피아에서 신은 단 하나다. 하지만 종교는 각각 다르고, 종교의 자유는 보장된다.



유토피아의 거의 모든 사람은 죽음 후에는 내세에 무한히 행복한 삶이 준비되어 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래서 병든 사람을 볼 때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표하지만, 죽은 사람에 대해 애도를 표하지는 않습니다.(P.204)

유토피아의 철학은 행복을 중심에 둔다. 인간의 행복은 쾌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오직 선하고 바른 쾌락속에만 행복이 있다고 여기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것을 미덕으로 정의한다.





1478년 런던에서 태어난 모어는 26살에 의회 의원이 되었지만, 헨리 7세의 지나친 과세를 반대하다가 박해를 받고 정계를 떠났다. 헨리 8세 즉위 후 대법관까지 올랐으나 캐서린 왕비와의 이혼문제로 교황과 충돌한 국왕이 영국 교회의 수장이 되려하자 헨리 8세와 사이가 멀어진다. 결국 헨리 8세가 재혼한 앤불린의 왕비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은 일을 빌미로 런던탑에 갇혔다가 1535년 사형 당한다.

모어의 시대는 절대왕정,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당시 영국은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으로 무법천지가 되어 도적떼, 탁발수도사, 순례자가 넘쳐나면서 일반 백성은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헨리8세가 즉위한 뒤로 늘어난 왕실 비용과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했고, 인클로저 운동으로 지주는 부를 독점하고 경작지를 잃은 농민은 몰락해 도시로 내쫓겨 런던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통제가 심하고 법률마저 가혹해 범죄자가 양산되는등의 온갖 사회문제가 발생하였다.

에라스무스와 더불어 대표적인 북유럽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자 답게 모어는 이런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해 사유재산이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라 생각하고 공동소유제의 이상향을 그린 이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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