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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ㅣ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평점 :
유토피아는 정중앙의 길이가 320킬로미터 정도 되는 지형자체가 천혜의 요새인 초승달 모양의 섬이다.
유토포스가 정복해 유토피아 섬이라고 개명하면서 거기에 살던 야만족 무리를 가르치고 이끌어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민족보다 월등한 문명 수준을 지닌 인류를 만들어낸다.
여기에는 54개의 도시가 있고 각 도시에서 세명의 시민을 아마우로스의 회의에 파견해 국정을 논의한다.
농촌에는 한 농장에 최소한 40명의 남녀 성인이 거주하고 두명의 노예가 상주한다. 해마다 한 농장에서 20명의 도시민이 2년 동안의 농촌 복무를 마치고 도시로 다시 이주하고 도시에서 20명이 와 빈자리를 채운다.
집은 경계가 없다. 사유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과 시장을 선출하는 트라니보라는 선출직이지만 교체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모든 관직은 한 사람이 1년만 맡는다.
이 나라 사람은 누구나 농업을 해야 하므로 반드시 농업을 배우는 한편 특정 직업 교육도 받는다. 대부분 가업을 이어 받지만 다른 직업을 가질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하지만 죽도록 일해야 하는 사람은 없다. 오전 3시간 오후3시간씩 하루 6시간 일하고 오후8시에 취침한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이나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는 사람의 거의 없다.
유토피아의 철학은 행복을 중심에 둔다.
유토피아에도 노예는 있다. 그들 대부분은 죄수였고, 가축을 죽이는등의 일을 한다.
병원도 잘 갖추어져 있다.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는 안락사를 권하기도 한다.
각각의 집 후면에는 도로 너비만 한 정원이 있는데, 이 정원은 사방으로 다른 집의 후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모든 집에는 길거리로 통하는 정문이 있고 정원으로 통하는 후문이 있습니다.(P.108)
유토피아 사람이 거주하는 모든 집은 이미 국가가 철저한 계획 아래 지어 공급했기 때문에, 새 부지에 새 집을 짓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P.119)
도시는 잘 정비되어 있고, 사유재산이 없어 주택에 대한 욕심이 없다. 심지어 추첨을 통해 10년마다 살 집을 정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곳에서는, 오로지 사람들의 사치스럽고 방종한 삶을 충족할 뿐 실제로는 아무 짝에도 쓸데없고 헛된 많은 직업이 생겨나고, 많은 사람이 가기 종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P117)
유토피아에는 놀고 먹는 백수가 없다. 생산에 꼭 필요한 직업만 있을 뿐이다. 현대 사회의
고액 연봉자 대부분이 종사하는 직업을 생각해 보자. 모어의 생각이 놀랍다.
한 벌의 정장으로 만족하고, 그것을 2년 동안 입습니다.(P.120)
의복의 가치는 효용성에만 둔다. 사치란 없는 세상이니 꼭 필요한 것만 생산한다.
오직, 사람만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그런 것을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자랑하려는 허영심과 오만으로 탐욕을 부추깁니다.(P.124)
탐욕과 착취의 원인은 허영심과 오만이다. 모어의 나라 영국 왕족과 귀족의 민낯이다.
유토피아 시민이 직접 가축을 도살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 우리가 지닌 가장 인간적인 정서인 자비로운 마음과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점차 손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P.125)
이들은 가축의 도살은 인간의 살육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시포그란토르가 담당하는 서른 가구 중에서 열다섯 가구는 이 관청의 오른쪽에 나머지 열다섯 가구는 왼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시포그란트는 자신이 담당하는 모든 가구를 이 관청에서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P.125)
이나라 도시인들은 식사도 관청에서 단체로 한다. 판옵티콘이 떠오른다.
시장이 발행한 여행 허가증 없이 제멋대로 거주 지역을 벗어나 돌아다니다가 발각된다면 심한 모욕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망자로 간주 되어 소속 도시로 압송되어 중절을 받습니다. 그런 벌을 받고도 무모하게 또다시 그런 죄를 저지르면 노예로 신분이 강등됩니다.(P.131)
허가 받아야만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이동의 자유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여권이나 비자의 개념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낮에는 밝은 태양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밝은 별을 볼 수 있는데도, 작은 보석들, 즉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작은 돌을 보며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P.139)
유토피아 사람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고 혐오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신세 진 일이 없고 앞으로도 신세 질 일이 없으며 어떤 점에서도 존경할 만한 것이 없는대도 단지 부자라는 이유로 하늘처럼 우러르고 공경하는 정신 나간 태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P.141)
금과은을 가치 이상으로 평가해 귀중하게 여기는 유토피아 사람은 없다. 사유재산이 없고 사치품을 생산하지도 않으니 당연하다. 단지 금과 은이 희소하다는 이유 때문에 어리석은 인간에게 높은 가치를 지니는 귀금속이 됐을 뿐이라 여긴다.
배우자를 고를때 그들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황당해 보이는 관습을 엄숙하고 진지하게 지킵니다.(P.169)
결혼전 상대자의 나체를 서로 확인한다.
유토피아에는 극소수의 법만 존재합니다.(P.176)
또한, 이 나라에는 법에 대한 지식을 악용해 소송 사건의 진실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그런 변호사가 없습니다.(P.176)
있어도 뭔지 잘 모르는 법은 없느니만 못하다.
유토피아 사람들은 많은 피를 흘리는 참혹한 전투를 통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혐오할 뿐만 아니라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P.185)
전쟁을 혐오하지만 일단 전쟁이 나면 전쟁터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 전쟁뒤에 얻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하지만 그런 이들보다 좀 더 현명한 대다수 사람은 그런 신을 숭배하지 않고, 인간 정신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원한 유일신이 우주 전체에 물질이 아닌 힘으로서 어디에나 존재 한다고 믿습니다.(p.198)
사람들에게 유익한 곡식이 가시나무와 엉겅퀴 사이에서 잘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리듯,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거룩한 종교는 가장 거짓되고 미신적인 종교들 틈바구니에서 결국 사라지고 만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P.202)
유토피아에서 신은 단 하나다. 하지만 종교는 각각 다르고, 종교의 자유는 보장된다.
유토피아의 거의 모든 사람은 죽음 후에는 내세에 무한히 행복한 삶이 준비되어 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래서 병든 사람을 볼 때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표하지만, 죽은 사람에 대해 애도를 표하지는 않습니다.(P.204)
유토피아의 철학은 행복을 중심에 둔다. 인간의 행복은 쾌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오직 선하고 바른 쾌락속에만 행복이 있다고 여기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것을 미덕으로 정의한다.
1478년 런던에서 태어난 모어는 26살에 의회 의원이 되었지만, 헨리 7세의 지나친 과세를 반대하다가 박해를 받고 정계를 떠났다. 헨리 8세 즉위 후 대법관까지 올랐으나 캐서린 왕비와의 이혼문제로 교황과 충돌한 국왕이 영국 교회의 수장이 되려하자 헨리 8세와 사이가 멀어진다. 결국 헨리 8세가 재혼한 앤불린의 왕비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은 일을 빌미로 런던탑에 갇혔다가 1535년 사형 당한다.
모어의 시대는 절대왕정,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당시 영국은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으로 무법천지가 되어 도적떼, 탁발수도사, 순례자가 넘쳐나면서 일반 백성은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헨리8세가 즉위한 뒤로 늘어난 왕실 비용과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했고, 인클로저 운동으로 지주는 부를 독점하고 경작지를 잃은 농민은 몰락해 도시로 내쫓겨 런던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통제가 심하고 법률마저 가혹해 범죄자가 양산되는등의 온갖 사회문제가 발생하였다.
에라스무스와 더불어 대표적인 북유럽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자 답게 모어는 이런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해 사유재산이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라 생각하고 공동소유제의 이상향을 그린 이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