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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6학년....(아니 그때는 국민학교 였었지...) 졸업을 한해 앞둔 그때...비로소 학교생활이라는 작은 사회조직에 적응하고 간간히 행복도 느끼게 되었을 무렵 조를 나누어 그림을 그리는 숙제가 있었다. 마침 남몰래 좋아하던 남학생의 집에 모여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그 집이란 곳을 가보니 새마을 운동의 영향이었나.... 네모반듯한 화단과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마루....깔끔하게 마무리 된 방들이.... 정말... 정말 웃고 있었다. 간식으로 사과를 예쁘게 깍아서 내놓는 친구의 어머니는 왜 그렇게 멋져 보였는지.
모르겠다.......분명...그 친구의 집도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않게 가끔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 서로의 존재에 힘겨워 했을 것이다. 심하게 말해서 속은 곪아 문드러 졌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집....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 후 그친구의 생일때문에 다시 그 집을 찾아갔을 때도 그 집은 화사한 오후의 햇살 속에서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시절...즐거운 나의집은 어떠했었나......정말 어쩔수 없는....도저히 지금의 힘으로는 무엇도 바꿀수 없고 희망조차 가질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체념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지) 자식앞에서만은 행복한듯 더 없이 행복한듯 꾸미고 포장이라도 했었어야 되는거 아닌가 생각해본다. 비록 그 자식이 핏줄로 이어진게 아니였다 해도 말이다. 그래서 자신을 조금은 사랑할 줄 알고 아낄 줄 아는 사람으로 커 갈수 있도록 했었야 하는거 아닌가.......싶다.
위녕의 엄마는 말한다.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라고.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위녕은 그렇게 쉬운 곳이 집이라면 나는 이미 그런 집을 가진것 같다고 생각한다. 과연....그곳이 그렇게 쉽게 생겨 날 수 있는 곳일까......지금도 어렸을 때의 기억에 밤잠을 설치는 나에게 그곳은 결코 쉬운 곳.....쉽게 생각할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니다. 결혼을 반쯤은 도피로 여겼던 나는....지금 두렵다. 과연 내 아이들이 자라 내가 매일 쓸고닦고하는 이 집을.....나와 엮여있는 이 관계를 얼마나 즐겁게 기쁘게 생각 할 지........두렵다.
성모마리아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구세주를 낳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놔두었다는 거라는걸 위녕엄마는 깨닫고.....나도 깨닫는다. 세월이 흘러 내 아이들을 떠나 보내게 되는날.....말하리라.......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께....너의 베이스캠프가 되어 결코 외롭지 않게 ....너만의 세상을 열수 있게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께.....
그래서.......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기를 온 우주의 힘을 모아 기도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