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인 큰딸......3년을 천주교재단의 유치원을 다녀서 인지 유독 예수와 죽음뒤의 하늘나라, 영혼, 산타할아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바라는게 있으면 베란다 창에 서서 하늘을 보며 기도도 하고 동생에게는 산타할아버지가 너 선물안준다는 협박으로 과자도 하나 뺏어 먹기도 한다. 종교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집안이기에 좀 걱정도 했었지만 그모습이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는건 아마도 아직 종교에 깊이 발을 담그지 않아서일까.......
그 큰딸이 묻는다......대통령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냐고....하늘나라에 계시냐고.....왜 돌아가셨냐고......학교에서 영결식을 봤다고.....눈물이 조금 났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묻는다. 왜 돌아가셨냐고.....병이났냐고....교통사고가 나서 돌아가셨냐고......슬쩍 옆을 돌아본다. 아이아빠도 순간 말문이 막히는지 어색하게 웃는다. 그리고 하는 말.....등산을 갔는데 발을 잘못 디뎌 사고가 나서 돌아가셨다고 얘기를 해 준다.....덧붙여 산에서는 조심해야한다고도 말해준다......아이는 응 그렇구나 하며 엎드려 그리고 있던 그림을 계속 그린다. 슬그머니 화장실로 사라지는 남편의 등이 슬퍼보인다.......아이도 언젠가는 알겠지....그렇게밖에는 얘기해 줄 수 없었던 이유를.....좀더 시간이 흐르면.....알게되겠지.
평소 자살은 형편없는 자들의 마지막 선택이라고 비웃었던 나에게 그분의 소식은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다. 죽음은 둘째치고 그 방식의 비겁함이라니.....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수없는 울분이 가슴속에서 서서히 치고 올라와 목구멍을 가득 채운다. 그를 잘 알던 사람들은 벌써 알고 있었겠지......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도 외롭고 힘들었을 한 인간의 죽음이 얼마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생각해본다. 앞으로 내가 살아있는 동안 또 내딸들이 살아있는 동안 몇명의 대통령이 나게 될지 알수없지만 민중의 대통령이라는 말을 낯붉힘 하나없이 떳떳하게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다시한번 나게될까.....이 나라에. 얼마의 권력과 재력을 등에 업고 진정 누구도 알수없을 탐욕과 거짓을 뚝뚝 흘리며 그 거대한 위선의 옷자락을 펄럭이며 걷는 이를 나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손을 들어주겠지.....
벌써.....일상의 물결이 덮쳐온다. 오늘은 뭘 먹을까.....인터넷으로 뭘 하나 주문할까.....야한 영화 한편보고 요즘 맹숭맹숭해진 부부관계에 기름을 한번 확 부어볼까......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반납해야 하는데 이번엔 뭘 읽어볼까.........이런 평범한 일상을 너무도 편히 즐기고 사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나에게 구역질이 나는건 뭘까.......
큰딸은 또 묻는다.....김해가 어디냐고 봉하마을이 어디있냐고....김해는 고모가 사는 곳이잖아 너도 몇번 가봤잖아 기억안나? 그럼 봉하마을은 고모집하고 멀어? 글쎄.....그건 엄마도 잘 모르겠네...... 봉하마을에 아무나 가도 돼? 그럼.....아무나 가도 되지.왜? 너도 가고싶어? 응....나도 가고 싶어.고모집에도 놀러가고...ㅋㅋ.
그래.....더 더워지기 전에.......당신의 향기가 더 옅어 지기 전에.....다녀와야지. 그래서 기계같은 일상속에서도 잊지말아야지.......그래서 울딸들이 크면 말해줘야지......당당하게...자신있게 엄마아빠는 그런 멋진 대통령을 알았었다고.......자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