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ure - 지우지 않은 사람들
백인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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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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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기억을 정제하고 삭제하는 기술이 일상이 된 사회가 배경이다.
광고 문구는 달콤하다.
“잊으세요, 새로운 당신의 날들이 기다립니다. 힘들었던 기억을 지우고 내일을 선물받으세요.”
하지만 소설은 묻는다.
정말 기억을 지우면 고통도 사라질까?
작품 속 사람들은 아픈 기억을 지우며 더 가볍게 살고 싶어하지만, 결국 감정의 흔적까지 지우진 못했다.
반대로 지우지 않은 이들은 불편한 기억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지만, 오히려 삶을 단단히 세워갈 수 있었다.

주인공 김세현은 국가의 「감정보건법」 앞에서 선언한다.
“나는 기억을 지우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며, 이 선택이 도망이 아닌 책임의 행위임을 선언한다.”
이 장면은 작품 전체의 주제를 압축한다. 고통을 지우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고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책임이며 성장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읽는 동안 여러 번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필자는 불안이 높은 사람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아팠던 기억들이 두고두고 머릿속을 흔든다.
“혹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며,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까지 걱정하는 내가 있다.
그래서 책 속의 설정은 달콤한 소재였다.
'만약 아픈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다면, 불안도 함께 사라질까?'
하지만 작가는 단호하게 보여준다.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감정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떠오르고,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고.
소설은 고통스러운 기억조차 지금의 나를 만든 일부이며, 그 안에서 성장과 회복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말한다.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어도,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Endure>>는 '견디다'와 '지속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견디다'라는 의미는 아픈 기억으로 고통스럽겠지만, 그 경험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지 견디는 것이고,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 인생임을 함축한다.
아픈 기억 때문에 힘든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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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2
"나는 나의 기억의 무게가 때때로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그 무게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인간다움이라 믿습니다. 나는 기억을 지우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적,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며 이 선택이 도망이 아닌 책임의 행위임을 선언합니다." (...)
"2045년 6월 20일, 김세현, 여 - 보존자로 남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밑줄_p24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다르게 살아 볼 수 있을까? 하고 아들이 교도소 면회실에서 저에게 중얼거렸어요. 그 아이의 무력감이 담긴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요. 살면서 해 준 것 없는 엄마지만, 아들이 고통과 절망, 죄책감을 끌어안고 죽었다는 것을 난 견딜 수가 없어요." (...)
"안영이 님, 기억 삭제가 가능하다고 산출되었습니다."


>> 이 서평은 저자 백인희 (@polarbaer85baekgom85)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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