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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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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나'로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글이었다.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는 걸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을 뿐!

✍️p38
내가... 나일 수 있는 다른 차원으로 모험을 떠나던 그때. 그저 어린 소년이 아니라 남자, 사랑에 빠지고, 상대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는 남자이던 때. 어째서 우리는 그 능력을 잃어버린 것일까?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이층침대는 하나의 왕국이었고 나는 소년이었다.
✍️p51
"나는 그저 네가 최선의 삶을 살길 바랄 뿐이야... 널 보호하고 싶은 거란다...네가 힘든 삶을 살길 바라지 않아." 이런 정서는 내게 스며들지 않고 미끄러져 흘러갔다.
✍️p111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우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2014년의 커밍아웃은 선택했다기보다는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 것이었지만, 맞다, 그건 내가 나 자신을 위해 한 일들 중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p126,127
널 도와주고 이해해 줄
다정한 사람이 나타날 거야
너를 닮은, 따스한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
ㅡ 길을 걸으며 그 곡을 들었다.(...) 그 이유는 남들과는 다른, 좀 괴상한 것이었다.

🌙
이 배우는 영화 '주노'를 통해 알게 됐다. 자그마한 체구였지만 당찬 캐릭터에 아주 딱 맞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풋풋한 고등학생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푹 빠져 보았던 기억이 난다.

우연히 본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만난 그녀가 괜시리 반가웠다. 꾸밈없는 연기도 여전하다 하며 보던 중에 긴 가발을 쓰고 나타난 시즌 3가 기억난다. '뭐지?'라는 생각에 검색해본 기사엔 왠 남자가 앉아있었다.

엘리엇 페이지. 그를 그렇게 처음 만났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읽어볼 수 있다는 생각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많은 상처를 받지 않았길 바라게 되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읽었다.

🌙
4살, 그때부터 이미 자신의 몸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이 다름을 알았다고 한다.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자신의 몸과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는 몸이 다르다는 것은 큰 왜곡이었다.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쾌감)를 자해, 폭음, 거식증 등으로 표출했다.
철저히 자신을 벌 준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영화는 꾸준히 찍었고. 꾸준히 누군가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해받고 싶어했다.
영화가 잘되서 점점 세상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기 시작했고, 반면에 자신의 젠더 문제가 들킬까봐 벽장 속으로 점점 숨어드는 엘리엇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화 배우, 그러나 모두가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동성애자.
둘의 간극은 자신의 성의 왜곡만큼이나 컸다.
심리 상담을 받아도, 약을 먹어도, 점점 심해지는 공황과 공허함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20대의 이야기로 다시 10대의 이야기. 또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등 다소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엘리엇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태였지는지를 추측하게 했다. 생각의 흐름에 따라 쏟아낸 이야기들은 마치 그동안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은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그런데도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온전히 자신을 자신답게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젠더 디스포리아를 겪는다. 열심히 운동해 가꾼 슬림한 복근처럼 가슴도 그러길 늘 바라는 엘리엇은 트렌스젠더라고 또 한 번의 커밍아웃을 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아픈 일을 겪지만 그래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답게 살고자 했던 그의 선택은 유방절제술까지 받게 한다.

그는 웃통을 벗고, 수술자국이 남은 상체를 공개한다. 아주 환한 큰 웃음이 만연한 얼굴은 그동안의 상처와 고민과 눈물을 보상받은 듯 보였다.
그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랑하는 엄마도, 사랑하는 여인도, 어쩔 수 없었던 나를 사랑하는 일.
사는 내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제대로 살고 싶었던 그였다. 그의 모든 선택은 뼈를 깍는 고통이 뒤따랐지만, 이제부턴 환한 미소만큼이나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길 바란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제일 어려웠던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서툰 모든 분들께 엘리엇 페이지의 치열함을 느껴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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