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도서관
아비 스타인버그 지음, 한유주 옮김 / 이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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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비 스타인버그의 <교도소 도서관>은 소설이 아니다. 작가가 실제로 교도소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면서 겪은 인생이야기를 펼쳐 놓은 책이다. 이러한 기본적 배경을 알면서도 책을 읽으면서 간혹 들었던 '이거 소설 아닐까?'라는 물음표는 워낙 작가의 스토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거다.

 

 우리는 이 책에서 교도소 도서관 사서라는 특이한 직업의 세계는 물론, 교도소 건물이 가지는 함축적 의미와 역사, 유태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 교도소 내 다양한 군상들, 재소자들 개개인의 인생사 등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재소자들과 우정을 나누면서도 그들이 악독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충돌하는 감정은 현재 그 재소자가 보여주는 진실한 노력, 예를 들면 글을 쓴다든가, 출소 후 미래를 계획한다거나 하는 모습에 응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사서라기보다는 기록보관인 쪽에 가까운 인간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는 것이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누가 알겠어, 이것들이 미래에는 누군가에게 대단히 중요한 편지가 될 수도 있잖아?" (270쪽)

 

 아... 당신은 누군가가 그냥 몇 글자 끄적여 놓은 종이쪽지일지라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가졌는가..

 작가가 본인을 기록보관인에 가깝다고 규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기록관리학이라는 학문을 배웠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마음에서 그 학문에 관심을 가졌었던가? 자격증 취득이라는 일종의 보험을 들어 놓는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기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큰 흥미를 느꼈었다.

 기록이 소중한 이유는 작가의 말처럼 종이 부스러기가 역사가 될 수 있고, 누군가를 추억하는 기억의 흔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 이야기 역시 그가 교도소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시간들의 조각을 쓰레기통에 던지는 대신, 마음 속에 하나하나 모아 놓았기 때문에 탄생한 것이 아닌가.

 교도소 도서관이란 대체 어떤 곳인가 라는 호기심이 마지막에는 기억, 흔적, 기록들의 의미를 곱씹게 만들어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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