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1950년 일명 '6.25 전쟁' 발발직전에 평양에 거주하는 14명의 목사가 공산군에게 잡혀 사라지고, 단 2명만이 살아 돌아온다...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흥미로운 줄거리로 인해 나는 이 책이 마치 스릴러, 탐정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교자>는 확실히 흥미로운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공산군에게 잡혀간 14명의 목사, 살아남은 2명의 목사, 누가 배반하고 반역하고 부역했는가 같은 요소는 신의 존재, 신앙의 의미, 진실의 다양성 등을 설명하기 위한 토대인데, 결론은 쉽게 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원치 않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잃고, 자신을 잃고, 신앙을 잃고, 희망을 잃는다. 공산군에게 잡혀갔다가 살아돌아온 2명의 목사 중 한명인 신 목사는 "희망 없이는, 그리고 정의에 대한 약속 없이는 인간은 고난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 희망과 약속을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다면(하긴 이게 사실이지만) 다른 데서라도 찾아야 합니다. 그래요, 하늘나라 하나님의 왕국에서라도 찾아야 합니다."(271쪽)라고 말한다.  

신 목사는 죽은 12명의 목사 중 공산군에게 부역한 '배신자'가 있었음에도, 몇몇은 공산군의 바지를 부여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음에도, 평양 기독교계의 대부였던 박 목사조차 죽음 앞에서 "'정의롭지 못한 하나님에게 나는 기도하고 싶지 않아!"(214쪽)라고 외쳤음에도, 이것은 자신의 진실이 아니라며 끝까지 부인한다. 대신 자신이 부역자, 배반자라는 멍에를 대신 지고, 죽은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만들어 교인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런데 왜 인간은 원치않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걸까? 목사들이 죽어갈 때 그들의 신은 대체 무엇을 했는가? 신 목사 역시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남은 사람들을 위해 철저하게 진실을 숨긴다. 교인들은 12명의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면서 신앙을 굳건하게 하고, 잔인한 현실을 외면할 수 있게 되었다.  고난에 시달리고 고문당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신 목사는 혼자서 십자가를 짊어지는 길을 택한 것이다.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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