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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나는 서울지앵 - 우리들의 짠한 서울기억법
서울지앵 프로젝트 팀 지음 / 리프레시 / 2018년 1월
평점 :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요즘 유행하는 '김생민의 짠내 투어' 뭐 그런 내용의 책인 줄 알았다.
서울의 저렴한 밥집 소개나 카페 소개, 여행코스겠거니... 하고 책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상경 후, 혹은 한국으로 유학 와서 서울을 접한 일종의 타지 사람들의 서울생활 일기였다.
이 책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나 역시 상경 후 첫 출근하던 날이 떠올랐다.
졸린 눈을 비비며 설레는 맘으로 첫출근을 하던 날, 내가 본 서울의 첫인상은 누군가 토해 놓은 토사물과 함께 시작되었다.
첫 출근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 토사물을 본 순간 나는 왠지 센티멘탈해져서 '아, 여기가 서울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대학을 나온 나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술도 가까이 하지 않는 좀 모범생 스타일의 일상을 살았다.
(외모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내가 술을 마시는 사람이었다면 나 역시 지방의 어느 골목에 토사물을 남겼을 수도 있겠고
친구의 그것을 치워주거나 모른척 뻔뻔스럽게 지나쳐갔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21년 인생에서는 그 토사물이 다소 생경한 모습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들이 첫 글을 시작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첫 문장을 어떠한 마음으로 썼을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개인적으로 본인을 대구시민이라 소개한 이영아 님의 글은 이 중에서 가장 소박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읽혔다.
나보다 어린 듯하지만, 나 역시 변해가는 서울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몇 년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쉽게 공감이 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것, 새로운 공간에 밀려 낡은 것과 오래된 것은 자연스럽게 천시되는 세상인 듯하여
나 역시 마흔을 코앞에 두고 보니 그런 취급(?)을 받는 듯하여 더욱 공감되는 거겠지.
편집자의 글 역시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나 역시 15년간 편집자로 일하면서, 홍대 앞 몇 군데의 출판사와 인연을 맺고 일하면서
갈 때마다 변해 가는 홍대의 모습을 자주 봐 왔던 터이다.
1년 혹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바뀌어 가는 매장들을 보며
이제는 친구를 만날 때 어느 곳을 기점으로 만나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이니.
자주 가던 카페, 북카페 꼼마와 조만간 꼭 가 볼 북티크 서교점 사진도 반가웠다.
그러면서 이 공간은 언제까지 이곳을 지켜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어떠한 공간이든 '추억'보다는 '용도' '활용'이라는 단어에 맞게 이용되는 거겠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삐뜔빼뚤한 계량기도, 울퉁불퉁한 보도블럭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봇대 사이 전선들도
서울의 일부이고 서울을 이루고 서울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삶일 텐데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복잡하다는 이유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조금씩 조금씩 없어지다가 나중에는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니 슬픈 마음이 앞선다.
요즘 일부에서 빈티지가 주목받고 그 가치가 인정되기도 한다.
할머니 세대에 쓰던 라디오, 그릇, 패브릭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세월을 머금고 시간을 견뎌 온 것들이라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되면서도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그리운 추억의 물건이 될 거라는 걸 생각하며 살고 싶다.
오래된 거라고 무조건 버리고 낡은 거라고 쓰레기 취급하는 마음이
이 책을 통해 조금씩 옅어지기를 바라며.
* 리뷰어스 클럽의 도서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