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미가 흘러나오는 영상을 끄고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를 생각한다. 오늘 나오셨을까. 붕어빵을 사올까, 옥수수를 사올까. 엄마는 옥수수를 참 좋아하는데. 그냥 둘 다 살까. 고민하고 생각한다. 얼굴을 씻고 밖으로 나가면서 요즘의 내가 이런 생각들을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았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죽어도 알 수 없는 타인의 마음 같은 것을 신경쓰면서 초조해하지 않고 내가 결정하면 되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죽느냐 사느냐는 아니고 붕어빵이냐 옥수수냐 하는 것이지만.(p.201)


내일 영화 볼까?

M이다. 나는 응, 이라고 답장을 보낸다. 내가 버스를 타고 갈게.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 아니야, 데리러 갈게. 아냐, 미안하게 왜 그래. 내가 갈게. 광역 버스를 타면 금방 가. 에이, 너무 덥잖아. 음....... 그러면 내가 60-3번을 타면 영화관에서 만나면 좋겠고 8000번을 타면 송정역까지 와주면 좋겠고 21번을 타면 개화역까지 와주면 좋겠어. 먼저 오는 것을 타고 연락할게. 그렇게 해줄래? 응, 알겠어.

모든 것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영화를 보기로 했으면 영화를 보면 되지, 어떻게 가는지가 이렇게나 중요한 문제인가 모르겠다. 데리러 온다고 했을 때 그냥 그러라고 할 순 없었던 걸까. 나는 어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나의 태도로 인해 일상의 대화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을 완전히 자각한 뒤부터 자주 괴로웠다. 그러나 결국엔 지금의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당연한 말이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부터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아무 이유 없이 받아들일 것이고 그런 다짐을 하게 된 것에는 M의 영향이 컸다. 나도 모르게 M을 괴롭히다가,

착하게 사는...... 그런 어떤, 수행을 하는 중이야?
아니?
내가 싫지 않아?
왜 싫어?
달라진 거 모르겠어?
그게 왜?

이런 대화를 하게 되었다. 계속 서로 묻기만 하는...... (pp.204-206)

조금 자고 일어나 일기를 몇 줄 쓰다가 서울에 살 때를 떠올려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일을 한 뒤 돌아와 씻고 밥을 먹고 나면 하루가 지나 있었고 말하자면 일기에 쓸 일도 일기에 쓸 말도 일기를 쓸 필요도 없었다. 기껏해야 남의 욕이라든가 나 자신이 싫다는 그런 말들이나 썼다. 정말 싫다, 정말 정말 싫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부턴 막무가내로 싫어하기만 했다. 일을, 하루를, 그러나 다른 방법을 모르는 나를. 나는 그것 말고 달느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p.209)

넌 쉽게 말했지만_이주란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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