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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ㅣ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평점 :
“천로역정”을 읽고
천로역정을 완독한 적이 없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리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기독교 고전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해당사항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천로역정 1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완독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워낙 문체가 어려워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걸 보면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학교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것도 수포로 돌아갔다. 수업은 들으면 되었고, 굳이 완독을 요구하지 않았다. 게다가 요약된 천로역정이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나의 천로역정 일기는 흐지부지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내게 자극을 주신 분이 있었다. 한 스승이었다. 찰스 스윈돌의 책에 언급된 천로역정의 일부를 들려주시며, 자신에게 제일 의미 있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호기심이 생겼다. 나도 읽어보고 싶었다. 때마침 좋은 기회에 CH북스에서 나온 천로역정 완역본을 접하게 되었다. 1, 2부가 모두 포함된 판이었다. 교회 식구들에게도 선물했다. 같이 읽고 싶었다. 예습 성적은 저조했지만, 재미있었다. 같은 본문을 읽어도 제각기 느끼는 바가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양한 적용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선 천로역정의 번역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었다. 적어도 5가지 이상의 번역을 접했는데 CH북스의 번역이 제일 가독성이 좋다. 물론 아무리 번역이 쉬워도, 존 버니언과 우리 사이에는 수백 년이 간극이 있다. 따라서 반드시 좋은 교사나 인도자가 독서 모임을 인도해주면 좋을 것 같다. 혼자 읽으면, 금방 지치고, 흐지부지 내려놓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천로역정을 완독하면서 저자의 성경지식에 깜짝 놀랐다. 저자는 제대로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성경에 해박할까? 또한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이 글을 썼다고 하는데, 인터넷도, 성경프로그램도 없는 그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천로역정은 성경통독과 연구를 자극하는 책이다. 시간이 된다면, 괄호 안에 나와 있는 성구를 찾아보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오래 남는 인상은 해석자의 집에서 율법과 은혜의 대조였다. 먼지를 일으키며 비질을 하는 율법과 물을 뿌리고 청소하는 은혜. 짜증과 문제의 연속이었던 내 과거가 생각나 눈시울이 잠깐 붉어졌다. 이런 유비, 즉 그림언어는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교회에 방문자가 올 때마다 이 책을 사서 선물한다. 꼭 완독해주기를 바라면서.
참고로 나는 천로역정을 읽으면서, 김홍만 교수의 천로역정 해설을 참고했다. 1부만 해설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큰 도움을 얻었다. 많은 이들이 천로역정을 구입하여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경과 함께 읽어가며 공부하면 좋겠다. 이 좋은 책은 마땅히 양장본으로 나와 마땅하다. 고전은 읽기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자에게 분명 단 열매를 선사한다. 천로역정!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기억될 귀한 양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