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당신의 추천 도서는?

이제 장르문학은 깊이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제 독자들은 살인범이 누구인지 벌써 다 알고 있다. 어거지 반전은 차라리 비극이다. 낯익은 게임의 규칙으로 손쉽게 긴장과 흥미의 동조화를 유발하면서도, 깊이와 울림까지 겸비한 새로운 장르소설은, 그래서 반갑고도 감동적이다. 엔더의 게임은 장르문학의 최고 권위인 휴고상(독자 선정)과 네뷸러상(전문가 선정)에 빛나는, 기본적인 영양가가 보증된 SF 성장소설이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자신이 살아갈 현실의 추악함과 그 현실에서 살아갈 자신의 왜소함을 깨닫는 것이다. 쉽게 말해 꿈은 깨어지고 사랑은 배신당하고 세상은 잔인하고 자신은 보잘것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성장이란 가혹한 것이며 하여 성장의 결과는 많은 경우 절망과 도피, 또는 증오와 타락과 같은 퇴행으로 이어진다. 물론 인간에게는, 이러한 퇴행으로 빠지지 않고 그 추악한 세상과 그 보잘것없는 자신에게, 자기만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2차 성장의 의무가 주어져 있다. 이것이 바로 그 많은 성장소설이 씌어져야 했던 이유인 것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풍요롭고 자유롭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기성세대보다 훨씬 불행하다. 고통스런 어린 시절의 경험도 없고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전이시키는 능력도 부족하다. 한마디로 무균상태의 판타지 세계에서 백신 한 번 맞아본 적이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돌연 피투성이의 현실에 내동댕이쳐질 때, 그것은 파국일 뿐 2차 성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작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오늘날의 성장소설이 나아가야 할 가능성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SF 형식의 성장이야기라는 것. '아버지 때는..' 따위의 고려적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판타지 속에서 자란 요정들에게는 판타지 형식의 성장이야기가 오히려 실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 하나는 천재의 성장이야기라는 것. 천재는 좀처럼 성장하지 못한다. 성장의 중요요소인 '자신의 보잘것없음'에 해당사항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인간으로 간주하는 철완의 자아들에게, 참으로 적절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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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당신의 추천 도서는?

3년만에 출간된 하루키의 소설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치열한 문학적 열정이건 경박한 문화적 패션이건, 어쨌든 하루키는 하나의 현상(신드롬)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중요하건 아니면 거품이건간에 전문가라면 어쨌든 신드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우기 노벨문학상 후보작가이자 동시에 베스트셀러작가라는 경천동지할 유니크한 현상인 바에야. 하여 우리는 그를 읽을 수밖에 없다.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밝혀야 하는 과제뿐만 아니라 진짜건 혹은 가짜건간에 어째서 그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밝혀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순례와 회귀라는 구조와 여자와 죽음이란 상징, 그리고 감각적 문체라는 전성기의 하루키표 제작방식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다. 그의 제작방식에 시대와 현실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울림을 주는 무엇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겉보기와는 달리 시대와 현실이 사실 변한 것이 없는 것인지,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숲'부터 착실히 그의 궤적을 따라온 독자라면, 이 질문을 자신에게도 던져보아야 한다. 많은 것이 변했음에도 그에게 여전히 나에게 울림을 주는 무엇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겉보기와는 달리, 사실 나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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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거리를 걷다가 문득 나는 걸음을 멈춘다. 무엇인가로 가득이 차오르면서 한없이 넓어져가는 가슴이 있다.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이지만, 그 시선을 따라가보면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때로는 뜻모르게 웃기까지 하는 것인데, 말하자면 나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렇게 어느 날의 나는, 종일을 허삼관이란 사내의 선한 웃음을 생각하며 걷고 있었다.


여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중국어역이다. 배운 것, 가진 것 없는 촌사내 허삼관이 있다. 그리고 그가 서 있는 곳은 우리의 그것처럼 신산스러웠던 중국 근대사의 한복판이다. 허삼관은 말하자면 성직에 몸담고 있는 사제라 할 수 있는데, 그가 모시는 신의 이름은 바로 '가족'이고 서품된 직함은 바로 '가장'이다. 공산화,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와 같은 동란들이 날선 갈퀴손으로 그의 등을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 강퍅한 역사 속에서 그는, 아홉 번에 걸친 목숨을 건 매혈로 가정을 이루고 또 그 가정을 지켜낸다.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면 역사는 결국 운명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그가 운명을 이겨내는 방법은 바로 주어진 것에 대한 완벽한 관용이다. 접신, 혹은 도통의 경지에 이른 이 무조건적인 관용 앞에서 비극은 한없이 가벼워지다가 끝내는 꼬리를 감추고 만다. 그렇다. 정말 한없이 가벼운 비극이요, 한없이 즐거운 슬픔이다. 그는 피를 흘리는 장면마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내 입에서는 미소가 흘렀다. 눈물과 웃음이 어찌 이처럼 행복하게 만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를 만나고 나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싱글싱글 웃고 다녔다, 웃을 때마다 그가 그리웠고 그가 그리울 때마다 나는 웃었다. 그의 슬픔은 왜 이다지도 즐거운가. 그건 그가 결코 그 슬픔에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슈퍼맨에게 아무리 위험이 닥쳐도 우리가 조금도 떨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여화는 중국의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이 소설로 그는 일약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작가의 반열에 오르고 말았다는데, 아, 나는 이렇게 즐거운 반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나중에 나는 다른 경로로 그가 바로 장예모 감독의 걸작 <인생>의 원작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 나는 거의 숭모에 가까운 감정을 그에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재를 보면 시기심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천재를 보면 한없이 즐겁다. 요컨대 천재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괴로움에서 구하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다. 내가 어찌 그의 붓을 씻어주는 노릇을 마다하겠는가. 당신도 어서 빨리 그를 만나보고 나와 함께 그의 붓을 씻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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