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의 우주
더그 존스턴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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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스코틀랜드의 어느 해변에서 초록빛의 강력한 섬광을 마주한 이들이 한날 한시에 모두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다.

그 중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셋.
남편에게 도망치려던 만삭의 임산부 ‘에이바’,
뇌종양으로 자살을 하려던 중년의 여성 ‘헤더’,
그리고 혼혈에 고아란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던 소년 ‘레녹스’까지.

이들은 같은 병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몸이 회복되었고 초면인데도 서로가 무언가로 인해 연결되어 있다는 막연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섬광을 목격한 해변으로 다시 찾아가는데…

그 곳에 섬광과 동시에 나타난 물체가 있었다.
문어와 비슷하지만 몸에서 황홀한 오색빛깔이 도는 지구의 것이 아닌 그것.
이들은 문어에게 ‘샌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보호해줘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을 느껴 경찰의 눈을 피해 문어를 빼돌려 도망친다.

‘샌디’는 연결을 희망한 이들과 접촉하여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는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하게 연결을 원한 것은 바로 소년 ‘레녹스’였다.

소년은 일행들에게 샌디의 목적지를 알려주고 위험에 수없이 쫓기다 결국 그 곳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수많은 샌디들이 있었고 지구의 바다를 가득 채우며 아름답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
샌디와 연결된 생존자 세 명의 공통점은 각자 인생에서 삶의 이유를 잃어가던 이들이었다는 것.
처음엔 이들이 샌디를 지켜준다고 생각했지만 샌디는 이들에개 새 삶을 선사해주었다.

어릴 적 항상 하던 상상. 외계인이 날 특별히 선택해 인간과 다른 신비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 막연한 상상을 소설화한다면 이런 느낌일 듯싶다.

이제는 지구에서의 삶에 찌들어 같이 떠나자고 하면 좀 고민해야 될 것 같지만 10년 전이었다면 같이 우주로 훌쩍 떠났을 것 같다.

잊고 있던 나의 어릴 적 꿈이 떠오르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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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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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점 ] ⭐️⭐️⭐️⭐️⭐️

너무나 흥미롭다. 너무나 잔인하지만 너무나 감동이다.
쓰고싶은 말이 많아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지만 결론은
”너무 좋았다.“ 라는 유아같은 감상평만 흘러 나온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1918년만 하더라도
고작 100여 년 전인데도 성형은커녕 마취와 수혈조차 발달하지 않아 동물의 피를 사람에게 넣었다 사망하기도 했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고작 100년이 지난 현재 이만큼 의술이 발달한 것은
바로 그 지옥 같았던 전쟁 때문이었다.

얼굴에 총이 관통해 턱뼈가 날아가고 눈알이 빠지고 볼이 터져 혀가 밖으로 삐져나오고.
얼굴 부상을 당한 부상병들은 심리적인 고통까지 안아야만 했다.
그런 그들을 위해 ‘해럴드 길리스’는 기능은 물론 미감까지 고려한 성형수술을 시작하게 된다.

한마디로 썼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의 피나는 노력에 경외심마저 들 정도다.
셀 수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부상자들을 수술하면서 그의 실력은 나날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고 수술할 때마다 사진사와 화가에게 기록하게 하여 그것이 지금의 성형수술의 기초가 되어 현대에까지 남겨졌다.

오로지 얼굴 부상자들만을 위해 각국의 전문가들을 모으고 병원을 계속 키워나가 그야말로 성형계의 어벤져스를 만들어낸 해리스.

이 책은 전쟁 당시의 참혹함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도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해리스의 퀸스 병원이 당시 부상병들에게 어떤 의미였고 얼마나 잡고싶은 희망이었을지 더 잘 느껴졌다.

이렇게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은 역사서는 보기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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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예보 -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윤홍균 외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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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글로리 에서 동은이가 알코올 중독 친엄마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날보러와요 에서는 갑자기 봉고차에 여자를 태워 강제로 입원시키던 장면 역시 또렷이 기억난다.

하지만 현실에선 2016년 법 개정으로 인해 강제 입원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져서 알코올 중독만으로는 입원이 불가하단다.

아홉 명의 정신건강의가 모여 다 다른 주제를 맡아 쓴 글을 모은 ‘마음 예보’는 현실에서 누구나 한가지 쯤은 가지고 있을 걱정과 불안을 이 안에 모두 담았다.

”나 혹시 성인 ADHD 아냐?“
”학교 다닐 땐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뒤쳐졌던 애가 지금은 나보다 잘 사는 거 같아 괴로워요.“
”제 남편이란 인간은 바뀔 수 있나요?“
”선생님, 제 예비신랑 한번 봐주세요.“

그 외에 도박,주식 투자 등으로 순간의 도파민에 중독된 많은 이들과 이혼 직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리는 부부들, 청소년 트라우마 치료까지.

치안이 이렇게나 좋고 과학의 발달로 몸은 더 살기 편해졌는데 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자살율 1위인 걸까.
왜 우리는 아직도 #응답하라1988 을 보며 그 때를 그리워하는 걸까.

하루에도 40명씩 자살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지금 정신건강 위기사태에 빠져있다.
나의 심리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싶다면 전문의 아홉 명이 꼭꼭 눌러 쓴 이 ‘마음 예보’를 펼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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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부인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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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범죄가 있다는 건 그만큼 사회질서가 잡혀 있다는 증거라고.
인간 따위 아무리 죽여도 상관없는 분위기라면 고심해서 계획 같은 걸 세우겠는가.”

중년의 백발 탐정 #유리린타로 x 미청년 기자 #미쓰기슌스케

인간의 목숨이 싸구려 취급받던 전쟁 직후, 그들은 함께 추리했던 오래 전 사건을 소설화하기로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
오페라 <나비 부인>의 유명 여배우, 하라 사쿠라.
오페라단은 도쿄에서 공연을 마친 뒤 두 팀으로 나뉘어 오사카행 기차를 타는데, 사쿠라가 다음날 공연까지 행방이 묘연해진다.

그러다 극장 앞에 택시기사가 세워두고 간 콘트라베이스 케이스가 분장실에 도착하는데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너무나 무거웠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미 죽은 사쿠라가 들어 있었다.

오페라단의 일정을 잘 아는 가까운 누군가가 사쿠라를 살해하고 공연 직전에 분장실로 배달되게 했다.

이에 사쿠라의 남편은 유명 탐정인 ’유리 린타로‘를 호출하고, 유리는 합이 잘 맞는 미쓰기를 대동해 온 것인데…

아내가 죽었는데도 침착한 남편이냐,
사쿠라를 흠모한 단원들이냐,
그녀를 질투한 단원들이냐.

모두가 각자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태도에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

범인은 어차피 유리 린타로가 밝혀줄 테니 나는 마음 편히 읽어내려갔고, 옛날 작품인데도 구성이 참 세련됐다 싶었다.
매니저의 수기를 보며 단서를 찾아내고, 단서를 좇아 도쿄-오사카를 왕복하며 굉장히 이야기가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책.

+ 추가로 끝부분 약 110 페이지는 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사랑과 치정으로 얽힌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이다.
뭔가 이대로 끝내기 아쉬워하는 독자를 위한 디저트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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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어른들도 모르는 미술 신문 : 빈센트 반 고흐 편
다다 코리아 지음 / 다다코리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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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기 쉽게 큼직한 컬러신문 방식으로 만든 미술 교양책.
그 중에서도 #빈센트반고흐 편이다.

올해 다녀왔던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에선 고흐와 모네 작품을 한 공간에 모아서 전시해두고 있었고,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던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고흐는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 수 있었고, 죽어서야 이름이 생긴 비운의 화가로 불리운다.

이 책에는 고흐의 수많은 그림과 스케치, 실제 동생에게 쓴 편지가 고해상도로 잘 실려 있어 그것들을 따라가며 설명을 읽다보면 어느새 고흐의 인생이 내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와 있다.

부유층 귀족들의 자화상보다 가난한 서민들의 삶과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했던 고흐.
주변 화가들에게까지 괴짜 취급을 받으며 사는 내내 인정받지 못한 그였지만, 이제는 오르세 미술관의 가장 높은 층에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부디 사후세계가 있어 그가 꼭 이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용돌이 치는 배경이나 특유의 노란색만 봐도 이제 우리는 고흐를 떠올린다.

아이를 위해 쉽게 쓰인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더없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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