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바람 - 난 잘 지내고 있어 탐 청소년 문학 14
강미 지음 / 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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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참 아프면서 따뜻한 소설을 읽었다. <안녕, 바람>은 이별의 말이 아니라 만남의 말이다. 나도 나 자신에게 또 그 누군가에게도 풍경과 바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동력인 "성장""여행"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우선 좋다. "성장이란 혼자였던 자아가 타인을 인식하고 다가가는 과정", “관계맺음이요 소통의 과정"이라고 보고, "여행"이란 "화려하고 유명한 곳을 관광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때 '여행'이란 말에서 자칫 간과하기 쉬운 것을 놓치지 않아서 좋았다. 일반적으로 "오비시엥침의 선영"만 여행자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을 이 소설에서는 "시장을 걷는 정해"도 여행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성장"" 여행"이 이 소설에서는 선후 관계 혹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동의어라는 얘기로 작가의 치열한 인식과 따뜻한 시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인식을 작가가 "바람""풍경"이라는 단어를 끌어와 상징성을 부여한 것도 좋았다.

이 소설은 "담 안"의 세상에서 출발한다. 그곳은 "3학년 1반 교실"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있고 "방안의 코끼리"가 존재하는 곳이다. 선영과 동주, 민혜와 진아, 담임과 민샘, 정샘 등이 공존하는 곳으로 정샘이나 진아, 정해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방안의 코끼리가 되지 않거나 만들지 않는 것, 프로크루스테스를 죽일 수 있는 테세우스가 되는 것이 "바람""풍경"임을 보여 주는 곳으로 .이곳에서의 '바람'풍경'은 정해와 정샘의 특성화고교로 구체화 된다. 또한 담임이나 유리도 부디 여행자가 되어 줬으면 하는 독자의 바람이 스며드는 곳이기도 하다.

"담 밖"의 세상은 "여행 학교"이다. 이곳에 모인 아이들은 세상의 잣대로 보면 제도 교육에서 자의로 중도탈락을 했든 타의로 중도탈락이 됐든 선영, 민혜, 정은, 찬 등 중도탈락자들이 모인 세계다. 저마다 사연과 상처를 안고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아이들이 '쑤진샘'이라는 '바람'을 맞으며 서서히 자신에게, 서로에게 '바람'이 되고, '풍경'이 되고, '테세우스'가 되는 세계이다.

"담 밖의 밖"의 세상은 동주가 가버린 세계이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세상,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든 존재하고 있어서 '담 안''담 밖'의 모든 이에게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세상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제2의 동주와 같은 사람이 부디 없기를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간절해지는 소망을 불러일으키는 세계이다.

이 소설의 궁극은 '담 안'이든 '담 밖이'든 중요한 것은 '관계맺음이요 소통'이라는 것, 이러한 소통이 종국에는 ''을 허물고,' '' '이라는 경계를 허물 수 있을 것이라는 따뜻한 희망에 맞닿아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풍경과 바람이 되어가고 있는 이 소설의 아이들은 말한다. "이제는 우리도 누군가의 바람, 그래, 바람이 되고 싶다." 나도 나 자신에게 또 그 누군가에게도 풍경이 되고 바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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