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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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몸으로 살기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글쓰기에 대한 소망이 생긴다. 글을 잘 쓰고 싶고, 내 생각을 좀 더 조리 있게 전달하고 싶은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한 마음이 들던 와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글쓰기를 항상 꿈꾸면서도 ’글’은 꿈이기에 내게는 ’작가’라는 직업이 무척 대단해보였다. 무작정 쓰라고 하지만 내 글은 잘 쓴 글이어야 할 것 같아, 완벽한 글을 쓸 게 아니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게 나아 보였다. 그러나 ‘쓰는 몸으로 살기’를 읽으며 그 생각이 편협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군가 망치로 내 머리를 두드린 기분이었다. 잘 쓴 글이라 하더라도 완성시키지 못하면 미완성작이다. 완성을 시키고 그걸 다듬어가는 과정의 중요함과 기쁨을 작가님은 꾸준히 말씀하신다. 또한 글을 쓸 때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의 장단점, 글을 쓸 때 시점의 중요성을 여러 예시로 보여주시면서 이해가 쉽도록 설명해주신다.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좀 더 허물어지는 듯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이건 다 할 수 있는 말 아닌가? 싶은 말도 있다. 누구나 글쓰기를 하려면 주제를 생각하고 소재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게 아니다. 소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글을 쓸 때 나만의 문체를 어떻게 잡아갈 것인지 등 책을 읽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뿐 아니라 현실적인 글쓰기 방법을 말씀해주신다. 그리고 평상시에 글쓰기에 익숙해지도록 글쓰기 수련법을 권하기도 한다. ‘쓰는 몸으로 살기‘를 읽으면서 김진해 교수님의 한 학기 강의가 농축된 엑기스를 먹는 것 같아 글쓰기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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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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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정욕을 읽으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작가의 신작이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단숨에 읽었다. 제목이 다소 파격적이라 북커버를 씌우지 않고 읽으면 외설적인 내용일까 싶은데, 막상 읽어보면 전혀 외설적이지 않다.

 

화자는 쇼세이의 몸 안에 사는 누군가인데, 책이 끝날 때까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읽다보면 화자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쇼세이는 동성애자지만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간다. 직장 내 다른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쇼세이가 고민상담을 잘 들어주는 고마운 사람이라 인식한다. 자신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다음이 있는 사람은 저렇구나 생각하며 자신은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주말 동안 베이킹을 해서 열량을 채운 뒤 운동으로 칼로리 소비를 하며 쇼세이는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쇼세이는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깨달은 뒤 가 두드러지는 것을 싫어한다. 누군가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눈치챌까봐, 공동체 안에서 절대 튀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게 쇼세이만의 생존 전략이지만, 동시에 쇼세이는 사는 재미와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을 겪어본 적이 없다.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쇼세이는 자신이 사회가 바라는 종족 번식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서 공동체 안에서 튀지 않기를 바라고 무척 애쓴다.

 

모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집단에서 살아가는 동안, 나름의 생존 전략을 펼친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고,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 자신의 행복은 내 안에서 찾으려 한다. 타인을 먼저 의식하기보다.

 

내 삶을 타인의 기준에 맞춰서 산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타인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고, 기준을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다 보면 정작 나에게 쏟아야 할 에너지는 고갈된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내 삶이 결정되는 사람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나의 기준은 타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나 자신의 생각으로, 나의 행복을 위해 정해져야 하는 게 나의 기준이다. 사회에서, 공동체에서 튀지 않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튀어도 된다. 남들과 달라도 된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나와 다른 이가 신기하고 이상해보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척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분명 무거운 주제이지만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다름틀림이 같은 말이 아닌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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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게임 지옥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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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게임 지옥

 

승승장구하는 영화 감독 정필규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민서가 납치된 것을 알게 됩니다. 민서를 납치한 범인은 정필규에게 돈 대신 밸런스 게임을 제안하는데, 그 게임이 정필규의 과거와 가족에 관한 것들로 가득하죠. 과연 정필규는 밸런스 게임에서 이기고, 딸을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딸을 납치한 범인이 돈 대신 밸런스 게임을 요구한다니, 어떤 전개일까 궁금해하며 읽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을 정도로 쉽게 읽혔어요. 전개가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튀기도 해서 재밌게 읽었는데 다만 욕설이 조금 많이 나오고 적나라하게 나와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네요. 사실 뻔하다면 뻔한 주제인 책입니다. 사필귀정, 인과응보 등 자신이 하는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게 주된 내용인 책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풀어가는 중에 밸런스 게임이라는 소재를 집어넣어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범인을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는데, 이런 소설류는 주인공이 범인 검거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집니다. 그러나 밸런스 게임 지옥의 경우 주인공이 선한 사람이 아니라 범인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학교폭력 가해자가 보란 듯이 잘 사는 걸 볼 수 없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가서 약간 몰입이 방해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추리 소설에서 쉽게 보기 힘든 악인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신선한 면도 있어서 킬링타임용 소설을 찾는다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긴 추석 연휴, 오랜 이동 시간에 읽는다면 시간도 금방 보내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추석 연휴동안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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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미술사 -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박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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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미술사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작가에 대해 궁금해진다. 작품을 그린 의도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누가 후원을 한 건지 등등 작품의 배경과 작가가 궁금해지는데 두 번째 미술사는 그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인문학을 즐겨 읽지 않아도, 평소 궁금하다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쌓이는 교양과 지식은 사고방식을 폭넓은 세계로 확장하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면 세계에서 가장 위작이 많은 걸로 알려진 렘브란트의 작품은 렘브란트의 서명이 있어도 진품이 아닐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제자들과 함께 그린 뒤 렘브란트가 서명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현대에 와서 함께 그린 뒤 서명만 한 작품은 렘브란트의 화풍과 다른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에 진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프랑스 국왕의 품에 안겨 죽었다고 많이 알려진 다빈치의 죽음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프랑스 국왕이던 프랑수아 1세는 둘째 아들의 탄생을 축하하던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비록 다빈치가 프랑스 국왕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니지만, 말년에 프랑스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후원을 받았고 그로 인해 모나리자가 프랑스에 남게 되었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문화를 향유하는 국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고, 사람들은 프랑스에 있는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지금도 프랑스로 몰려든다.

 

책에 나온 것 중 일부만 쓴 것이지만, 이 외에도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이름을 잃어버렸던 화가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사건, 루브르 박물관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박물관의 작품들을 비밀리에 숨겨두어서 작품 보존에 성공한 것, 작품을 배치하는 미술관의 벽 색에 관한 것 등 다양한 읽을 거리가 많아서 힘들이지 않고 재밌게 완독할 수 있다. 또한, 책 전체를 읽지 않고 목차를 살핀 뒤 그 날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끊김이 없어 인문서를 읽는 데 습관을 들이기 좋은 책이기에 인문교양서에 입문하고 싶거나 미술사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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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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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책 표지가 트레이싱지로 싸여 있고 파스텔 톤의 초록색 무늬가 있어서 무척 아름다운 책이다. 아름답지만 트레이싱지가 구겨질까 걱정되어 다른 책들보다 조심히 다루게 되어서, 좀 더 신경이 쓰였다. 트레이싱지는 일반 책표지보다 잘 구겨지고 공정이 까다로운 걸 알기에, 책 표지를 왜 굳이 트레이싱지로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의문은 책을 읽으면서 점차 풀려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쩌면 책 표지가 이 책의 제목과 의미를 관통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걷는다는 건 뛰는 것보다 느리고,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차를 타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비효율적이고 느린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걷는 걸 택할 때가 종종 있다. 느리지만 주변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그리고 함께 걸어가며 아날로그한 매력을 즐기는 사람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단편에는 걷는사람들이 등장한다. 김유담 작가의 없는 셈 치고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고모, 성해나 작가의 후보에서 관절염 때문에 뒤로 걷는 근성, 이주혜 작가의 유월이니까에는 무덤만 찾아 걷는 아내, 임선우 작가의 유령 개 산책하기에는 죽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영하, 임 현 작가의 느리게 흩어지기에는 산책을 하는 명길.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걸으면서 회복해간다. 몸이 회복하기도 하고, 마음을 회복시키기도 한다.

 

앤솔로지에서 모든 단편이 좋다고 느끼는 건 꽤나 어렵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고 그 취향의 가짓수만큼 취향인 글도 많기에 모든 단편을 재밌게 읽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걷다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일상적인 소재를 작가님들만의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가면서 독자들이 등장인물들과 함께 애도를 하기도, 회복하기도, 어떤 추억을 그리워하기도 하게끔 만든다. 이번 가을에는 담담한 문체에서 쓸쓸하기도 슬프기도 한 가을만의 감성을 아프지 않게 풀어내는, 감성 있는 단편 소설집인 걷다를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없는 셈 치고- 아빠가 돌아가신 뒤 고모에게 키워진 가 암에 걸린 고모를 돌보는 이야기.

 

후보- 뒤로 걷기를 시작한 근성이 기억하는 상수시와 세실의 이야기.

 

유월이니까- 무덤만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애인을 떠난 남자 이야기.

 

유령 개 산책하기-언니가 멋대로 맡긴 강아지 하지가 죽은 뒤 돌아와서 함께 산책하는 이야기.

 

느리게 흩어지기- 글쓰기 모임에서 글쓰기 숙제를 하지 않지만, 항상 모임에 나가는 명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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