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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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정욕을 읽으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작가의 신작이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단숨에 읽었다. 제목이 다소 파격적이라 북커버를 씌우지 않고 읽으면 외설적인 내용일까 싶은데, 막상 읽어보면 전혀 외설적이지 않다.

 

화자는 쇼세이의 몸 안에 사는 누군가인데, 책이 끝날 때까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읽다보면 화자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쇼세이는 동성애자지만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간다. 직장 내 다른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쇼세이가 고민상담을 잘 들어주는 고마운 사람이라 인식한다. 자신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다음이 있는 사람은 저렇구나 생각하며 자신은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주말 동안 베이킹을 해서 열량을 채운 뒤 운동으로 칼로리 소비를 하며 쇼세이는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쇼세이는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깨달은 뒤 가 두드러지는 것을 싫어한다. 누군가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눈치챌까봐, 공동체 안에서 절대 튀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게 쇼세이만의 생존 전략이지만, 동시에 쇼세이는 사는 재미와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을 겪어본 적이 없다.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쇼세이는 자신이 사회가 바라는 종족 번식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서 공동체 안에서 튀지 않기를 바라고 무척 애쓴다.

 

모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집단에서 살아가는 동안, 나름의 생존 전략을 펼친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고,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 자신의 행복은 내 안에서 찾으려 한다. 타인을 먼저 의식하기보다.

 

내 삶을 타인의 기준에 맞춰서 산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타인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고, 기준을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다 보면 정작 나에게 쏟아야 할 에너지는 고갈된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내 삶이 결정되는 사람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나의 기준은 타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나 자신의 생각으로, 나의 행복을 위해 정해져야 하는 게 나의 기준이다. 사회에서, 공동체에서 튀지 않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튀어도 된다. 남들과 달라도 된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나와 다른 이가 신기하고 이상해보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척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분명 무거운 주제이지만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다름틀림이 같은 말이 아닌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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