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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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편지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독특하다. 분명 글쓰기지만, 부담 없는 글쓰기면서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 어떤 글보다도 가득 담겼다. 그리고 내가 주고 싶지 않으면 주지 않아도 되는 내 마음이라는 것까지 완벽하다. 이 책은 서로에게 편지를 주고 답장하기로 약속한 이들의 글로 가득하다. 시골에서 산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겨울철 동파되는 수도와 춥게 살고 있음에도 어마무시한 가스비, 여름철 모기 떼와 벌레떼들이 괴롭기만 했던 기억뿐이라 어떤 계기로 시골살이를 결심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작가님들의 편지 속에서 그 이유들을 찬찬히 찾아보며 읽게 되었는데, 이미 시골살이를 해본 나도 다시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자연이 좋아보였다.

물론 글에서 마냥 자연 찬양을 하지는 않는다. 앞서 내가 경험한 것들을 작가님들도 똑같이 겪으셨다. 다만 그걸 겪고 난 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랐던 것이다. 동파된 수도를 경험하면서 이웃 간의 정을 느끼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가스비 걱정을 하며 절약하는 삶의 태도를 말하시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나도 겪었던 일들인데, 그걸 나도 경험하면서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했다면 그때의 내 삶이 불만으로 가득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물론 시골살이 예찬만 가득한 건 아니다. 길고양이들 밥 주는 문제로 겪는 갈등, 분리수거 없이 아무 곳에나 버리는 쓰레기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도 꼬집는다. 이런 부분은 서로 살면서 맞춰가야 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고 쓰레기도 내가 주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줍깅하는 해결 방법도 말씀하신다.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안 맞는 사람은 손절한다가 아니라 이런 유형의 사람이구나 하고 유연하게 넘기면 된다는 태도를 배웠다.

그리고 환경과 채식에 관한 글을 읽으며 괜히 반가웠다. 나만 기후 위기에 무력감을 느끼는 건 아니구나 하는 동지의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하는 의지를 다시금 불태우게 괴었다. 완전 채식을 하지는 않지만 채식의 범위를 조금씩 늘리고자 하는 내게 작가님들의 글은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틀린 건 아니구나, 완전 비건을 하지 않더라도 점차 늘려가려 노력하는 게 유난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모를 무력감에 시달리즌 요즘, 잔잔하면서도 조용히 내 편이 되어주는 글을 읽고 싶은 분들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시골살이나 52촌을 꿈꾸는 분들도 보시면 더더욱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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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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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알라딘 북펀드에서도 느꼈지만 실제 받아보니 정말 표지가 에뻤다. 금박의 제목과 책등쪽에 고전 서적처럼 엮은 실을 표현한 듯한 금박 선, 그리고 책의 일곱가지 단편이 함축된 내용의 그림까지. 표지가 너무 완벽해서 꼭 언급하고 싶었다.

기기묘묘 방랑길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동양풍 설화다. 오컬트물이라기엔 그 정도의 요괴나 신수들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효원사로는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은 약자들,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되돌려주기 어려운 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설움을 풀어주려 노력한다. 때로는 그 방식이 엄청나게 속시원하진 않을지라도,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피해자의 편에 서서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 과정이 엄청 촘촘하지는 않지만,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는 면에서 설자은시리즈가 떠올랐다. 마지막 편을 읽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화가 나는 열린 결말은 아니면서도 2권의 가능성을 열어둔 결말이라 2권이 벌써 기다려진다. 조선판 셜록과 왓슨보다는 사로의 우당탕탕 효원 돌봄기에 가깝지만, 그게 불편하지 않아서 좋다. 탐정 전일도 시리즈와 설자은 시리즈 그 어딘가에 기기묘묘 방랑길이 존재한다. 조선판 육아 성장물(?)에 오컬트가 약간 가미된(전혀 무섭지 않고 심지어 오싹하지도 않은) 사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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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체면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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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으로 빛나는 사과가 인상적인 표지의 법의 체면’. 단편소설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며 모든 이야기가 전부 인상적이다. 그러나 표제작인 법의 체면보다 인상적인 작품은 없어 이 작품에 대한 서평을 쓰려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법은 다소 딱딱하고 형식을 중시한다. 어쩔 때 보면 법은 실리적인 내용보다 형식을 더 중시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이 책은 법의 그런 면모를 꼬집고 있다. 상일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공모자인 김맹기의 증언밖에 없지만, 범인이 아니라는 상일의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상일은 그 정언 때문에 장물아비로 취급받아 실형을 선고받는다. 그래서 상일이 범인임이 확실한 홍천 살인 사건에는 판사의 입으로 상일이 그 시간에 부산에 있었다고 말하며 홍천 사건의 용의자에서 벗어나게 된다.

법은 참 오묘하다. 이미 판례가 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에 반하는 판례 선고는 거의 할 수 없다. 선행된 일의 판례 선거가 틀린 일이어도 이미 선고한 법관의 체면을 세워주느라 뒤집을 수 없다. 그 아이러니함을 꼬집어서 통쾌하기도 했고, 쓰신 작가님이 법조계에서 근무하시는 분이라 더더욱 짜릿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표지가 왜 황금사과인지 생각했다. 보자마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온 파리스의 황금사과가 떠올랐다. 세 여신 전부에게 준 것도 아니고 결혼식 당사자인 테티스에게 주지도 않았기에, 어쩌면 파리스가 세 여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기에 황금사과가 전쟁의 씨앗이 된 게 아닐까. 이 책에서의 법, 입바른 소리들도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황금사과같다고 생각했다. 궤를 달리하는 추리소설 단편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워낙 작가님의 글이 재밌기에 술술 읽을 수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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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트리플 31
장아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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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인데, 그 중 두 편만 소개해보겠다. 나머지 한 편은 직접 읽어보고 그 충격을 느껴보면 좋을 듯 하다.

1.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은비는 매년 같은 날 친구 재희를 만나는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알려주어서 늦지 않게 나갈 수 있었다. 재희와 동네 산책을 하던 중 흥겨운 소리에 이끌려 장이 열리는 곳에 간다. 재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구경하다 그곳의 여자애가 은비의 입에 전을 쑤셔 넣고 은비는 홀린 듯이 음미하며 전을 먹는다. 그 대가로 은비는 그림 속에 갇히게 되지만, 재희의 도움으로 그림 속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은비는 재희를 잊지 않고 싶다 말하며 둘은 집 앞 골목에서 헤어진다.

2. 산중호걸
매년 직녀 뜨개방에서 개화, 운겸, 파도, 삵인 백운은 같은 날 모여 서로의 생존과 안부를 확인하고 백운의 생일을 축하한다. 그러나 올해 운겸은 죽고 대신 운겸도를 다스릴 도요가 왔다. 운겸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백운의 생일을 축하하며 그들은 잔치를 벌인다. 자정이 지나고 잔치는 끝나, 각자의 무운을 빌고 이번 해도 태평하길 바라며 헤어진다.



서평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서평
표제작인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망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친구의 죽음을 잊지 않고 싶은 은비와 그런 은비를 이해하고 매년 만나러 오는 재희. 그건 어떻게 보면 작별인사이기도 하다. 너를 잊고 싶지 않지만 잊더라도 너는 내 안에 항상 존재해, 우린 함께 하는 거야, 라고 서로에게 다짐하듯 약속하는 것처럼 느꼈다. 읽으며 느꼈지만 망각의 대상은 비단 친구만이 아니라 자연, 내 유년 시절의 기억, 어린 시절의 친구, 시절인연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모두 다 잊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지만 잊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기를. 그 시절 은비가 재희를 좋아했던 것처럼, 내가 너를 좋아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에. 그때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너도 그렇기를.

산중호걸 서평
은유적인 것 같기도 한데 이 단편을 읽으며 자연이 떠올랐다.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인간은 자연을 끊임없이 이용하고 파괴한다. 이 책에 나온 백운, 직녀, 개화, 파도는 운겸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또 새로운 수호신인 도요의 탄생을 축하하며 잔치를 벌인다. 시간은 무한히 흐르고 자연은 그 속에서 고요히 존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월이 흐르는 것을 느끼는 것은 인간 뿐, 자연은 그곳에 계속 존재한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듯 그 모습 그대로. 순간이 지나고 영원은 계속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시간과 함께할 자연을 너무 허투루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긴 시간 속에서 보면, 순간에 불과한 우리가 영원과 다름 없는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함을 촉구하는 듯 하다.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의 세 편을 모두 읽고선 불교가 생각났다.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책은 ‘윤회’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떤 설화에 따르면 고양이는 아홉 개의 목숨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의 몸이 엄청 유연해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의미 같기도 하지만, 아홉 번의 생을 반복해서 사는 고양이가 표지에 그려져 있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 편의 이야기가 ‘세평짜리 숲’처럼 연결되지는 않지만, ‘시간’과 ‘자연’이라는 주제로 통한다.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더 잘 알았으면 보다 쉽게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그 사이에 아주 잠깐 존재한다는 걸 말하는 책. 처음에는 두께에 비해 다소 어렵다고 느꼈지만 재독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마음에 와닿았다. 세 번째로 읽을 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 본 리뷰는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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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 - 노르웨이부터 아이슬란드까지 신비롭고 환상적인 북유럽 동화 32편 드디어 시리즈 6
페테르 크리스텐 아스비에른센 지음, 카이 닐센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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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 


다른 나라의 전래동화는 어떤 내용일지, 그 나라에는 어떤 설화가 있는지 관련 책 읽는 걸 항상 좋아했다. 또한 북유럽 신화를 좋아해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읽을 만큼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파는 걸 좋아하는데, 현대지성만의 번역과 예쁜 삽화로 가득한 북유럽 동화라니! 설레하며 읽었다. 

32가지의 북유럽 동화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결이 비슷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는 효를 중시하는데 반해, 북유럽 동화는 뭐랄까, 개인의 운과 능력을 중시하는 듯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너무 황당해서 웃음밖에 안 나오는 장면도 많다. 우리나라의 흥부와 놀부처럼 가난한 동생과 부자인 형의 이야기인데, 형에게 자꾸 빌붙는 동생의 행실이 싫어서 형은 동생이 원하는 걸 쥐어주는 대신 지옥에 가라 한다. 동생은 그걸 받고선 또 성실하게 지옥으로 향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소금이 나오는 멧돌 이야기가 북유럽 동화에도 있어 고대의 인류는 같은 곳에서 출발한 것 같다는 생각도 심어준다. 중간중간에 수록된 세계 3대 삽화가인 카이 닐센의 아름다운 삽화가 이 동화를 좀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서 소개한 두 편의 동화 이외에도 여러 동화가 있는데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다. ‘북유럽 신화’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으면 특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의 동화에도 관심 있는 분들과 카이 닐센의 삽화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본 리뷰는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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