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타고 흐른 고대문화의 비밀 - 유라시아 문화코드로 우리 문화 새로 읽기
정형진 지음 / 소나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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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것도 고대 역사와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다. 환단고기나 고대사를 다룬 책을 많이 본 편이다.

 
지난 주 서울 교보 문고를 들렀다. 역사 관련 신간을 보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 이 책을 발견했다. 올해 9월 30일 출간된 책이니 따끈따끈한 서적인 편이다. 본래 이 책은 부산 국제신문에 '역사 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묶은 것이라 한다.
 

이 책은 정형진 씨의 책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고깔모자를 쓴 단군' 두 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 처음에 환단고기를 접하면서 우리 민족의 장대한 상고사에 반햇었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단일민족이라고 배웠던 역사다. 그런데 환단고기를 알게 되면서, 고대로 올라갈 수록 여러 부족이 융합되어 한민족이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완전히 이질적인 민족이 섞였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의 모습을 보면 서로 다른 이질적인 모습이 많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백제와 신라 고구려처럼 유사한 언어와 문화를 사용하는 여러 부족이 교류하며 융화되어 지금의 한국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형진 씨는 한걸음 더 나아가 파격적인 설을 주장한다. 핵심은, 우리민족의 주도 세력, 즉 환웅족이 이란 서남부 평원 지대인 고대왕국 '수시아나'에서 왔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드는 것이 우리가 아주 익숙한 것들이다. 삼신문화, 칠성문화, 삼태극, 쌍어문 등이다. 기독교인들은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다. 유대족과 중동 문화가 우리나라로 전파된 것이이, 천지창조와 에덴 동산, 이후 세계로 퍼져 나간 성경의 논리가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를 좋아하는 분은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나름 그럴 듯하게 보이는 내용들이 있다. 유물론적 입장에서 해석할 때, 저자의 주장을 밝히는 지표가 서양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서양이 그만큼 고고학이 빨리 발전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역사 이래로 보면, 근대 이전에는 동양에서 서양으로 문명이 전해졌다. 흉노, 마자르족, 아리안족, 몽골 등의 경우를 보더라도 중앙아시아 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했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 것은 대월지국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다방면의 연구와 다양한 자룔르 분석하고 이야기를 하면 좋은데, 몇 가지 유물에 한정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다. 저자의 주장을 밝히는 핵심 2가지는 쌍어문과 고깔 모자다. 두 가지 모두 수시아나인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을 밝히려면 한 두개의 핵심 유물 뿐 아니라 더 많은 자료와 사료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설에 그친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논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 반대로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방에서 서방으로 전해졌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오히려 훨씬 많다. 저자의 주장처럼 고대로 갈수록 우리 역사는 국제사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논리는 이렇다. 환단고기를 보면 태초에 인류 공통의 국가인 환국이 나온다. 환국은 천산산맥을 중심으로 12국이 있었다. 그러다 지구에 큰 기후변화가 닥쳐서 따뜻한 지역을 따라 대이동을 하게 된다. 인류사 제2의 분화 과정이다. 그 결과로 생긴 문명이 수메르(이집트는 수메르 영향을 받았다), 하라파, 요하 문명이다. 그래서 세 문명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많이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와 비슷한 위도, 비슷한 문명. 고고학자들도 세계 4대 문명이 서로 이질적이고 다를 것이라 생각햇지만 공통점과 유사점이 많고 서로 교류한 흔적이 많다고 이야기하다.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해졌거나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해진 것이 아니다. 애초에 같은 문명권에서 같은 문화를 향유했던 형제들이었다. 피부 색깔과 인종은 약간 틀렸을지 모르나 환국이라는 광역 문화권에서 서로 문화를 주고 받으며 형제처럼 지냈을 것이다. 그러다 서방과 동방으로 흩어졌으니 문화에 유사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후에 서방과 동방이 서로 교류하며 그 흔적이 각 문화에도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한 문화권에서 생활했던 흔적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수설화다.

고 박시인 씨의 역작인 <알타이 신화>를 보면 알타이 민족에는 홍수설화가 존재한다. 성서에 나오는 홍수설화와 거의 같다. 방주가 나오고, 까마귀가 나오고, 몇 명만 살아남아 현재의 인류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노아의 홍수' 신화와 꼭같다. 이런 이야기가 캄차카 반도에도 있다. 저자의 주장대로 황하문명과 우리나라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고 치자. 저자가 주장한 문화의 전파 루트는 해양과 실크로드다. 그런데 알타이어족에 나타나는 홍수설화는 그 루트 바깥이다. 

 
설마 수시아나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아시아 모든 지역에 다 퍼져서 전파시키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그 정도로 전파시키려면 엄청나게 많은 수시아나인들이 이동해야 했고, 그 기록이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을 것이며, 알타이 소수 부족들도 인종적으로 혼혈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어쨌든 저자의 이 책은 과거에 문명끼리 서로 교류하고, 4대 문명 사이에 공통점이 많이 나타난다는 사례를 흥미롭게 서술한 면은 인정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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