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놓고 돌을 쥐다 - 당신의 삶이 슬픔과 허무함으로 흔들릴 때 건네고픈 그림에세이집
서빈 지음, 국향 그림 / 득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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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서정적인 서빈 작가님의 글에 그 정서를 딱 맞게 시각적으로 표현해준 국향 작가님의 그림이 완성도를 더해주었다.


글, 그림, 음악. 이 세 가지 중 단 한 순간도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던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커갈수록 현실적인 상황에 좋아하던 예술을 포기하고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게 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꽃을 놓고 돌을 쥐다>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그림에세이집이다.


첫 번째 읽었을 때는 어려웠다. 시란 그런 법이다. 직설적이기보다 비유적이니까.

두 번째 읽을 때에는 무언가 느껴졌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좋았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 번째, 이 책이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알고 다시 읽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문장과 그림을 곱씹을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꽃을 놓고 돌을 쥔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쥔 돌에서도 단단한 꽃이 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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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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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물방울처럼 반짝이는 보석 같은 인연이라니 표현이 너무 예쁘다.

표지도 너무 예쁘고,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직업도, 물방울 모양 보석의 의미도 다 너무 취향 저격이다.



제목의 물방울 모양이란 보석 디자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무늬, 티어드롭을 뜻한다.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으며 보석 디자인에도 마찬가지다. 

물방울 무늬는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비. 살아가는 힘.

'슬픔의 눈물까지도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빛으로 만들어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가진다.

비를 신들의 눈물이라고 표현하는 말도 있으니, 그렇게 내린 비가 모여 강을 이루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갔다가 하늘로 올라가고. 이러한 반복이 '영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얼리 디자인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유품이나 선물로 물려받은 보석을 가져온다.

사용자에 맞게 어레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지만, 대다수는 리디자인이라는 과정을 꺼리기도 한다.

보석의 모양을 바꾸는 것이 추억까지 바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물건들로 겨우 추억을 붙잡고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이 흐려져도 추억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형태가 변해도 여전히 곁에 있는 것이다.


기억도, 추억도, 물건도, 가진 사람이 바뀌어도 계속 남아있는 이야기.

주인에 맞게 형태가 바뀌면서 계속해서 이어져가는 이야기.

그야말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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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헤어살롱 ㅣ 사계절 1318 문고 154
남예은 지음 / 사계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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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든 미용실이 문을 닫을 시간에 영업이 시작되는 특별한 미용실.

그냥 커트가 아니라 악귀 커트를 해주는 퇴귀 전용 미용실!

붙어있던 귀신이 떨어져서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게 해주니 굿나잇 헤어살롱인가보다.


정식 출간본 197페이지 중 초반의 70페이지만 읽었는데 전개가 상당히 빠르다. 시원시원하다고 할까?

악귀 퇴치라는 소재는 특이하진 않지만 미용실과 결합된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 잘 어울린다.

씻겨주는 것이나 잘라내는 것이나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

초기 진압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비유되는 느낌.


귀신 퇴치가 중심 소재라면 중심 메시지는 '자아 발견'인 듯하다.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이야기.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잘라내고 가져가야 할 것들을 다듬으며 마지막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을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자른다.

고작 머리 스타일이 바뀐 걸로 상황이 정말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머리를 무겁게 하는 그 조금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 아닐까?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들을 씻기고 잘라내고 케어해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곳.

아직 못 다 본 이들의 뒷 이야기도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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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몫
장성욱 지음 / 득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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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괴롭힌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당한 사람만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보통은 가해자의 인성 문제로 해석되지만, 정말로 기억을 잃은 것이라면 어떨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폭로당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가해자,

몇 년 간 과거의 트라우마로 고통받았는데 상대방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 피해자,

그 주변 인물들을 포함한 제삼자들.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완성되어간다.


누군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가장 큰 요인은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들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그 기억의 일부가 조작된 것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나지 않는 일로 내 인생이 하루아침에 망가진다면?

가해자를 옹호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내 입장이 된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하지만 기억이 사라졌다고 해서 과거의 행동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화가 날 것이다. 진심으로 사과해도 쉽게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런 알량한 사과의 말조차 받지 못한다니.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는 많은 상황에서 가장 불쾌한 사실은 그 일을 좌지우지하는 게 대개 제삼자들이라는 점이다.

잘못을 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필요할 경우 벌을 받는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건 피해자의 몫이다.

그런데 왜 자꾸 가해자는 제삼자에게 사과하고 제삼자가 가해자 용서까지 해주는 걸까?

왜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가해자를 안타깝게 여기며 부둥부둥해주고 가해자를 용서하지 못할 뿐인 피해자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걸까?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과몰입해봤다. 피해자가 결국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다면, <기억의 몫>을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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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
강이라 외 지음 / 득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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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은 것들'이란 말 그대로 작고 사소한 것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존재는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작은 것들은 출발점이며 핵심적인 것이 된다.

여섯 작가님이 각자의 세상에서 찾아낸 '작은 것들'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한 이야기들.

그 대상은 작고 사소하지만 주인공으로 존재하는 이야기이니만큼 말처럼 작고 사소하지만은 않게 된다.


세상은 온갖 작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나도 그중 하나이며, 그런 나보다 작은 것들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세상이라고 한다면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기만 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작은 것들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어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것.

이야기란 참 작은 것들로부터 시작한 무거운 결과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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