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억의 몫
장성욱 지음 / 득수 / 2024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괴롭힌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당한 사람만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보통은 가해자의 인성 문제로 해석되지만, 정말로 기억을 잃은 것이라면 어떨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폭로당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가해자,
몇 년 간 과거의 트라우마로 고통받았는데 상대방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 피해자,
그 주변 인물들을 포함한 제삼자들.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완성되어간다.
누군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가장 큰 요인은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들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그 기억의 일부가 조작된 것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나지 않는 일로 내 인생이 하루아침에 망가진다면?
가해자를 옹호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내 입장이 된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하지만 기억이 사라졌다고 해서 과거의 행동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화가 날 것이다. 진심으로 사과해도 쉽게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런 알량한 사과의 말조차 받지 못한다니.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는 많은 상황에서 가장 불쾌한 사실은 그 일을 좌지우지하는 게 대개 제삼자들이라는 점이다.
잘못을 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필요할 경우 벌을 받는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건 피해자의 몫이다.
그런데 왜 자꾸 가해자는 제삼자에게 사과하고 제삼자가 가해자 용서까지 해주는 걸까?
왜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가해자를 안타깝게 여기며 부둥부둥해주고 가해자를 용서하지 못할 뿐인 피해자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걸까?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과몰입해봤다. 피해자가 결국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다면, <기억의 몫>을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