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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경영의 모험 - 전2권
필립 코틀러.존 브룩스 지음, 박준형.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가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탁월한 책을 접할 때가 있다. 그 시대를 묘사하는 내용(가령, 흑백 텔레비젼이 나왔다거나 초당 몇 번 이상 연산이 가능한 거대한 컴퓨터를 사용한다거나 중요한 업무를 위해 전보를 친다거나 하는 식의) 이 없다면 현재 진행되는 상황으로 오해할 수 있을만큼 생생한 책들 말이다. 우리는 그걸 고전이라 부른다. 오래 돼서 고전이 아니라 시간이 글의 가치를  전혀 훼손시키지 않을만큼 언제 읽어도 동시대적인 일반성을 획득하고 있는 글이라 고전이다. 나쓰메 소세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같은 것 말이다. 최근에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야구에 대한 모든 것이 적혀 있는 책이다. 까다로운 규칙이 적힌 메뉴얼북은 아니다. 투수란 무엇인지, 타자란 무엇인지, 공격과 수비와 팬과 구단은 무엇인지, 그래서 본질적으로 야구란 스포츠는 무엇인지 설명해 놓은 책이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야구에 대해 넓고 깊은 내용을 전부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현실감 있고 현재의 야구 상황과도 딱 맞아 떨어지는 글이 1960년대에 탄생했다는 점이다. 1960년대의 책이 2010년대의 나를 감탄하게 만든 것이다. 분명 저자의 탁월한 글쓰기 능력 때문이리라.

 

비슷한 책이 여기 또 한 권 있다. <경영의 모험> 역시 1960년대에 초판이 나온 책이다. 그리고, 역시나 50년 가량의 세월이 지나 현재의 내가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경영에 대해 알든 모르든, 관심 있든 없든 그냥 아무 장이나 펼쳐 읽으면 어느새 몰입하게 된다. 쉽게 쓰여서기도 하지만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 각각이 한 편의 드라마같은 전개를 보이기 때문이다. 포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신차 '에드셀'의 실패 사례, 복사기의 시작 제록스의 탄생기, 주식시장의 작전주 세계, 주요통화 가치 방어 문제 등 1900년대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굵직한 경영의 큰 사건들이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는 마치 저자가 해당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여한 것 처럼 눈에 보일 듯이 정리되어 있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지 않고 드라마틱하고 유머러스하게 분석해 쓴 저자의 글은 에피소드 하나마다 생명을 불어넣는다. 마치 여러 개의 훌륭한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 소설집을 읽는 기분이다. 독립된 단편이기에 굳이 처음부터 완독할 필요는 없다. 시간날 때, 궁금할 때 한 번씩 펼쳐 원하는 부분만 읽으면 된다. 빌게이츠와 워렌버핏이 극찬할 만큼 훌륭한 책인지는 모르겠다. 이 책 한 권으로 대단한 선견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읽어 손해날 책은 아니다. 경영은 제 아무리 정밀히 예측한다고 해도 너무 변수가 많은 업무다. 그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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