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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컨셉의 법칙 - 세계적 히트상품 속 정교한 컨셉의 비밀 17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마케팅을 '생산자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데 관련된 모든 체계적 경영활동'으로 정의한다면, 기업경영에 있어 마케팅은 필수적인 활동이다. 제 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월등한 서비스를 개발했더라도 마케팅 활동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가 닿지 못한다. 땅에 누워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막무가내로 '우리 제품 좋으니 사세요' 하며 광고하고, 전단 뿌리고, 여러가지 이벤트를 개최하면 마케팅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를 특정(혹은 불특정)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은 상당히 정교한 계획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효과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기 위해 가격(Price), 홍보(Promotion), 제품전략(Product), 유통(Place) 으로 통칭되는 4P 전략을 실시하기도 하고, 바이럴마케팅이니, SNS마케팅이니, 스토리마케팅이니 최대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소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도 마케팅 컨셉을 잡은 후에야 가능하다. 다른 제품이 아닌 바로 이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정교한 컨셉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후의 전략을 고민해봤자 무의미한 일이다.
<끌리는 컨셉의 법칙>은 바로 그 '마케팅에서의 컨셉'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뛰어난 컨셉들을 소개하고 그 컨셉 뒤엔 어떤 성공의 법칙이 숨겨져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책이다.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 하라'는 제1법칙부터, '모든 법칙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법칙을 만들라'는 제17법칙까지 마케팅 컨셉을 개발하고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법들을 17개의 법칙속에 녹여놓았다. 이 책이 일반 교양 마케팅 서적과 다른 점은 단순히 성공사례 만을 나열해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끌리는 컨셉의 법칙>은 특이하게 인문학 개념을 마케팅 컨셉 개발 문제에 깊숙히 관여시킨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비트켄슈타인 등의 서양철학자와 공자 등 동양 사상가들의 이론을 책 전반에 녹여놓았다. 명확히 들어맞지 않는 개념을 섞으려 하기도 하지만 그 시도 자체가 나쁘진 않다. 공자가 언급했듯 "세상사에 통달한 사람은 남의 말을 살피고 표정을 잘 관찰하려 하여 사려 깊게 남에게 자신을 낮춘다" 는 말처럼 마케팅에 대해 적절히 표현한 문장이 어디 있을까.
<끌리는 컨셉의 법칙>은 마케팅에 대한 교양서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의외로 이 책은 어렵다. 마케팅 컨셉 개발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부분은 쉽고 흥미진진하지만 그 컨셉을 결정하기 위해 끌어들인 인문학, 기호론, 언어론, 마케팅 이론, 비용-편익 분석 등은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의 배경 지식을 요구한다. (졸업한지 오래되긴 했지만) 경영학부 전공자들이 제일 처음 받게 되는 마케팅 수업인 '마케팅 원론'에서조차 이렇게 복잡한 이론은 잘 나오지 않는다. 이 한 권의 책이 학부생을 위한 마케팅 원론 교재로 활용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끌리는 컨셉의 법칙>을 읽는 중 불편했던 것은 이 책 속의 많은 사례는 결국 성공했기에 소개된 마케팅 컨셉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같은 컨셉을 잡고 동일한 마케팅을 펼쳤음에도 실패한 사례가 수 도 없을 텐데 마치 'A 상황에서 B 제품을 마케팅하기 위해서는 C의 마케팅 컨셉을 잡는 것이 제일이다' 라는 정리가 탐탁치 않았다. 그런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중 '모든 법칙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법칙을 만들라'는 제17법칙을 만났다. 저자는 말한다. '이제까지 소개된 법칙은 어떤 조건 하에서만 맞을 뿐입니다. 법칙이라 한 것은 하나의 방편임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만약에 개별 법칙을 설명하면서 모든 조건을 다 언급한다면 너무도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우니 단순화한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후발주자나 약자의 경우 자신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통념에만 의존해 마케팅을 합니다. 통념은 대체로 강자에게 유리합니다. 그래서 선두주자를 모방하게 되고 오히려 선두주자를 도와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내가 저자에게 진짜 듣고 싶었던 말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이 책에 대한 근원적 불만이 사라졌다. 그렇다. 모든 법칙이 만고불변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하나의 방편은 될지언정 진리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 책도 완벽한 마케팅 컨셉 메뉴얼이 될 수 없다. 이 책 한 권으로 마케팅 컨셉에 대해 제대로 깨우쳤다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기본서로 삼든, 참고서로 삼든 추가로 다양한 관련 서적을 찾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